개인정보-사생활 침해 사회 전체가 나서야

 인터넷상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가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주말에도 유명 아나운서의 미니홈피 해킹은 물론 남자 고등학생의 무분별한 전 여자친구 개인정보 공개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오히려 사이버수사대가 나서기도 전에 최초 정보제공자를 찾아내 실명 등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등 피해자가 꼬리를 물고 양산되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사용자의 무분별함에 원인이 있다며 인터넷상 실명제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규제로도 막기 힘들어 공동의 사회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보유출 사건 개요=지난달 29일 이미지 UCC 전문 웹사이트 ‘디씨인사이드’의 ‘막장갤러리’는 하루 종일 난리였다. 새벽부터 모 방송사 여자 아나운서가 연인과 찍어 개인 홈페이지에 비공개로 올린 사진이 이 게시판에서 퍼져 나간 것. 갤러리 사용자들은 이를 무차별적으로 다른 웹으로 퍼 나르거나 파일공유서비스(P2P)를 통해 확산시켰다. 블로그 등에서 이 소식을 접한 인터넷 사용자들도 아나운서 이름을 각 포털의 인기검색어로 만들며 이에 일조했다.

 같은 시간, 더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동일 게시판에서 발생했다. 한 남자 고등학생과 그 친구가 헤어진 여자친구의 실명, 노출사진, 휴대폰번호를 그대로 공개했다. 개인정보 확산 경로는 아나운서의 경우와 일치했다. 피해 여성은 이른바 ‘인막녀’, 혹은 ‘인천막장녀’라 불리며 하루종일 인터넷에 개인정보가 공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다른 네티즌의 광기=두 사건에서 특이할 만한 것은 이른바 ‘범인’을 잡자는 네티즌의 또다른 움직임이 나왔다는 점이다. ‘인막녀’ 관련 정보가 올라온 지 약 두시간 만에 인터넷 사용자들은 각종 경로를 통해 첫 정보제공자의 실명, 인막녀와의 관계 등을 알아내 역시 인터넷에 공개했다. 사이버테러수사대가 해야 할 일을 권한없이 대행했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의협심’이 또다른 개인정보 공개 사건을 만든 꼴이다.

한 네티즌은 “누가 먼저 했는지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란 점에선 오십보 백보”라고 지적했다. 사이버테러수사대 관계자도 “분명한 사적 제재”라며 “잘잘못을 떠나 엄연한 개인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정부는 오는 7월 27일부터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완전한 실명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자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후 장치일 뿐 사전에 문제를 막을 수 없다. 그나마 개인정보 유포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빨리 신고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현행 형법상 비밀침해나 명예훼손에 따른 처벌 근거(비밀장치가 있는 홈페이지 해킹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웹에 있는 진실한 정보를 수집 정리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를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지만 역시 사후 대응이다.

 김지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치는 현실적으로 없다”며 “빠른 신고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순식간에 정보가 퍼져나가는 인터넷의 특성상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장여경 진보넷 정책실장은 “미니홈피나 블로그, 게시판의 경우 인터넷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일대일로 주고받는 메일이나 P2P와 같은 사적인 공간이라기보다는 퍼블리싱 개념이 있어 사용자의 주의가 요구된다”며 “유감스러운 사건이지만 인터넷 규제를 통한 해결책을 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인터넷에서만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니어서 공동의 사회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수·최순욱기자@전자신문, mimoo@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