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환골탈태(換骨奪胎)

 가끔 우리는 어떤 변화를 해야 할 시점에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각오의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조직을 다시 추스르거나 정비할 때도 곧잘 이 말을 쓴다. 바꿀 환(換), 뼈 골(骨), 빼앗을 탈(奪), 아이밸 태(胎). 즉 우리 몸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뼈를 새로운 것으로 모두 바꾸어 끼고 뱃속의 내장을 몽땅 빼내어 새것으로 채운다는 무서운 말이다. 물론 어떠한 각오를 밝힐 때, 자신의 각오의 정도를 다중에게 나타내려는 과도한 의지를 담은 표현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말대로 ‘환골탈태’될 수 있을 정도의 대오각성이 늘 충분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소우주인 우리의 몸을 들여다보면 ‘환골탈태’의 엄청난 변화를 스스로 매일매일 실행해내고 있다. 몸속의 피를 46초 만에 완전히 한 바퀴 돌리고, 피부는 끊임없이 벗겨 4주마다 완전히 새 피부로 바꾼다고 한다. 적혈구는 골수에서 매초 2만개씩 생성되는데 이의 수명은 120∼130일이고, 뼈의 조직은 끊임없이 죽고 다른 조직으로 바뀌어 7년마다 한 번씩 몸 전체의 모든 뼈를 새로 바꾼다고 한다. 이러한 의학적 상식의 사실여부는 차치하고, 우리가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려 한다면 이런 인체의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을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체가 이렇게 뼈를 깎고, 바꾸고, 골수를 생성하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혹시 술이니 담배니 이런 것들을 뒤섞어 부어넣고 있지는 않는지. 고민하고 절망하고 체념하면서 스트레스를 주고 있지는 않는지.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쉼없이 도는 피는 채 1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우리 몸을 변화시키고 있다. 맑고 건전한 생각과 행동이 46초 만에 온몸에 퍼져 새로운 삶에 대한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단지 한 생각 일으키는 시간에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개혁을 한답시고 한 달, 1년 또는 그 이상을 끄는 경우가 허다하다.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혁신이 시작되면 총론에는 동의, 각론에는 반대가 많아진다. 또 내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 잣대로만 재고 자르고 내몰기도 한다. 이는 나의 희생없이 남의 희생만 강요하는 경우로 그런 개혁이나 혁신은 실패로 귀결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환골’은 몸을 유지하는 골격이 되는 뼈(하드웨어)를 바꾸는 일이다. 지금까지 지탱해오던 시스템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자니 당연히 불편하고 내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릇 무언가를 바꿀 때는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뼈를 바꾸고도 유지될는지 걱정부터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단언컨대 개혁, 혁신을 할 때는 뼈(시스템)를 바꾸어야 성공할 수가 있다. ‘탈태’는 영양분을 공급해 성장시키고 생존이 가능하게 하는 내장(소프트웨어)을 바꾸는 일이다. 즉 낭비요인을 제거하고 효율성을 높여 제대로 된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이 또한 절제된 생활, 규칙적 행동을 요구하기에, 속된 말로 ‘귀차니즘’으로 발전하기 쉽다. 시스템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될 때 개혁, 혁신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를 선진국과 후발국에 끼인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탄한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일본을 밀쳐내고 중국을 제치는 여러 사례를 볼 수 있다. 그중 진해 마천공단에 있는 어느 부품생산기업은 ‘환골탈태’의 대혁신을 단행해 3년 만에 영업이익을 두 배로 늘리고, 불량률은 5분의 1로 줄이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환골’에 해당하는 제조현장 IT화, ‘탈태’에 해당하는 ‘식스시그마’의 도입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철저한 사전진단과 준비를 하고, 지속적이고도 야심찬 추진이 성공의 열쇠였다. 그리고 경영진의 끊임없는 현장우위주의가 뒷받침됐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우수한 정보인프라를 제조현장에 적용해 정보기술(IT)와 제조기술(MT)의 융합화를 도모하고, 상당부분 품질관리로 다져진 제조현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문제해결능력을 배양하는 식스시그마를 통해 세계 수준의 품질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환골’과 ‘탈태’를 동시에 해내겠다는 의지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덕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중소기업지원본부장 dklee@kitech.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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