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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한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모 이동통신사를 방문해 한국의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우리의 이동통신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인정한 것으로 세계 최고 통신환경에 살고 있는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한다.
우리는 휴대폰을 이용해 금융거래를 하고 교통요금을 결제하는가 하면 MP3 음악도 듣고 방송도 본다. 또 3G 서비스 개시로 국내외 어디서든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우리 이동통신 서비스는 마치 마법의 지팡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소비자가 양질의 서비스를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기술 및 네트워크 구축에 도전적으로 투자한 결과가 아닐까.
정부의 이동통신 시장 경쟁환경 조성은 소비자가 편리하고도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컨대 휴대폰 사용에 따른 마일리지로 항공권을 받고, 가정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때에는 유선전화와 동일한 요금을 적용받는다. 사용기간과 사용량에 따른 파격적인 단말기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에게 효용 대비 저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이동통신 서비스는 단순히 생활의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시장 및 산업적인 기회비용을 낮춤으로써 생산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수준에 와 있다. 금전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다.
최근 정부의 통신정책 로드맵 발표에 따라 오는 7월 시행되는 결합서비스 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한 요금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유선과 무선시장을 가릴 것 없이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장악력과 독점력이 엄연히 현실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신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속화해 되레 경쟁을 저해하는 요소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때만 되면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요금인하 논쟁은 우리 국민이 누리는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을까. 요컨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요금인하에 대한 논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과도한 요금인하로 인한 기업의 수익률 저하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본질적 동기부여를 약화시킨다. 신규 서비스 개발에 대한 투자노력도 저하시킨다. 즉 평균가변비용을 초과하지 못할 정도의 서비스에 대한 가격책정이 이뤄지면 기업은 단기적으로 기업의 생산효율성 제고를 위해 조업중단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설령 조업을 계속한다고 해도 기업존속을 위해 비용절감을 통한 최저한의 이윤확보를 시도할 것이다.
둘째, 기업이 생산요소의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수요를 줄이면 실업 등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다. 가처분 소득의 저하로 인해 소비수준 및 소득수준의 감소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의 심각한 저하를 경험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셋째, 이동통신시장 전체 후생 감소로 인해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이 발생된다. 이에 대한 피해는 결국 정책 실패로 이어져 통신시장의 공정환경 조성에 장애가 된다.
우리 국민이 누리는 효용의 측면에서 시민단체 및 이익단체들의 과도한 요금인하 요구가 바른 방향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 및 발전시키고, 시장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고리(Pro-Cyclical)를 유지하려면 소비자, 이동통신사 그리고 정부는 각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 사용에 대해 기꺼이 합리적인 대가를 치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이동통신사는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구조를 근거로 요금을 책정하고 서비스 경쟁을 해야 한다. 또 정책당국은 통신시장의 독점력을 해소하고 구조개선을 통해 올바른 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배려와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수준으로 볼 때 값싼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느끼는 효용보다 적절한 가격을 가진 그것으로 맛의 참 의미를 느끼는 효용까지 누리는 소비자가 되길 원하지는 않을까.
◆박추환 영남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chuhwan@y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