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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호 로즈텔레콤 사장(39)은 국내 휴대폰 업계에서 ‘요주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30달러대의 초저가폰을 만들어 인도와 중동·아프리카를 뚫었고 이어 중국과 러시아 현지 유통업체와의 계약을 앞두고 있다. 올해 들어 선적하기 시작한 물량이 벌써 120만대를 넘어섰다.
설립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벤처기업이 이 같은 성과를 거두니 경쟁사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싸구려폰으로 한국 휴대폰 이미지를 망친다’ ‘곧 망할지도 모르니 협력업체들은 주의하라’는 친절한(?) 평가도 이어진다.
김 사장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주변의 평가에 신경 쓸 여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는 설명이었다. ‘경영자가 본업(本業)에 집중해야 회사가 성공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김 사장은 유창하지 않은 영어 실력이지만 직접 제품을 들고 전 세계 고객사와 바이어들을 만나러 다닌다. 그가 생각하는 본업이기 때문이다. 첫 고객인 인도 CDMA사업자 릴라이언스를 만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국의 신생 벤처기업이었지만 김 사장이 소신껏 경영철학을 설명하고 윈윈할 수 있는 파격적 방안을 제시하자 되려 흔쾌히 조건을 수용했다고 한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휴대폰을 만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것을 사달라고 애원하게 되죠. 반면에 우리는 기술과 노하우가 있으니 당신(릴라이언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필요한 제품과 물량 그리고 가격을 제시하라고 했죠. 그게 바로 초저가폰 ‘클래식’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김 사장은 그렇게 맨몸으로 찾아가 600만대의 공급 계약을 따왔다. 물론 이미 확보한 CDMA 라이선스와 휴대폰 전문 개발 및 생산업체 등 한국의 다양한 인프라를 엮어 낼 노하우를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부분, 즉 음성통화만 되는 초저가폰이 필요한 고객에게는 그걸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론을 보여준 것이다. ‘역발상’으로 성공한 셈이다.
로즈텔레콤은 아직 자본금 7억원에 직원수도 10명 남짓한 비상장 기업이다. 개발과 디자인, 제조 등을 모두 외부 협력업체를 통해 해결한다. 로즈는 상품기획과 마케팅, 영업에만 집중한다. 김 사장은 앞으로도 회사의 덩치를 더 키울 생각이 별로 없다.
김 사장은 “한국의 휴대폰 산업이 중국에 밀려 이 지경이 된 것은 다들 실속 없는 허상에 매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하도급으로 커온 중소업체들이 완제품을 만들어낼 핵심 기술력이나 글로벌 시장을 뚫을 수 있는 마케팅력도 확보하지 못한채 현지화를 내세우며 중국으로 라인을 옮기는 등 대기업의 흉내만 냈다는 것. 결국은 중국의 추격에 손쉽게 시장을 내주는 꼴이 됐다는 평가였다.
김 사장은 “중요한 것은 창의와 신의”라고 말했다. 창의적 발상으로 시장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고객에게 윈윈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몇 번의 쓰라린 실패 경험이 있는 벤처사업가가 내린 결론이어서인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