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분의 1m 단위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나노 입자가 사람의 폐나 신경 조직에 들어가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 환경보호국(EPA)이 지난해 나노 입자의 인체유해 가능성을 경고한 바는 있지만, 구체적인 피해 경로와 위험요인이 밝혀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캠퍼스(UCSD) 연구팀은 최근 실험에서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한 암세포 치료에 가장 널리 쓰이는 지름 10㎚ 이하 자성 산화철 입자가 신경세포의 신호전달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산화철 나노 입자를 신경세포에 주입하면 신경돌기가 화학물질과 반응해 신호를 전달하는 기능을 하지 않고 비활성 상태가 돼 버려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이나 신호전달 체계를 교란시키는 것.
기존 산화철 나노 입자가 무해하다는 의학계의 통념과 달리 인체 내 주입했을 때 이상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도 지름 200㎚ 이하 탄소나노튜브(CNT) 입자를 시험관에 배양한 폐세포에 주입한 결과, 세포가 중독되거나 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NIST 연구팀은 “다행스럽게도 미 기업들이 시판 중인 나노 제품은 모두 200㎚보다 긴 CNT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나노 제품 제조방법과 함유율에 따른 유해성 여부를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뉴스의 눈
UCSD와 NIST의 연구는 미래 산업을 주도할 첨단기술로 꼽히는 나노기술이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를 둘러싸고 과학자들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세계 1위의 나노기술 투자국인 미국이 나노기술의 안전성에 경종을 울리고 나선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나노연구를 주도하는 국립과학재단(NSF)은 올해에만 무려 2억7300만달러의 예산을 나노 연구에 책정했으며 기술 수준이나 특허 수에서도 단연 일본·프랑스·한국 등 경쟁국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나노기술 표준을 담당하는 NIST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세탁기 등 가전에서 나노기술 상용화에 앞서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대미 수출에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국내 기업이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커졌다.
NIST는 첨단 산업의 기술적인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관련 분야에 대한 폭넓은 연구를 수행하고 상용화를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한다. 나노기술은 NIST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는 나노산업의 표준을 미국이 선점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를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원천기술 연구에 치중해 온 NSF 역시 올해에는 나노기술의 사회 영향 연구에 2800만달러 예산을 배정했다. 이는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이 나서 국산 나노 제품의 안전성을 자체 검증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온순한 혹등고래가 사람을 통째로 삼킨 사연 [숏폼]
-
2
“2032년 충돌 가능성 2.3%”… NASA 긴장하게 한 '도시킬러' 소행성
-
3
팀 쿡 애플 CEO, 오는 19일 신제품 공개 예고… “아이폰 SE4 나올 듯”
-
4
"불쾌하거나 불편하거나"...日 동물원, 남자 혼자 입장 금지한 까닭
-
5
오드리 헵번 죽기 전까지 살던 저택 매물로 나와...가격은? [숏폼]
-
6
“30대가 치매 진단에 마약 의심 증상까지”… 원인은 보일러?
-
7
매일 계란 30개씩 먹는 남자의 최후 [숏폼]
-
8
“시조새보다 2000만년 빨라”… 中서 쥐라기시대 화석 발견
-
9
“9500원서 2만4000원으로”...日히메지성 입장료, 내년 3월부터 인상
-
10
돌반지 70만원 육박... 美 월가 은행들, 대서양 건너는 '금괴 수송작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