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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관한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서비스하는 경우가 이제는 제법 생겼다. 그동안 북한은 정보를 외부에 잘 공개하지도 않았고, 또 공개된 자료도 특수자료라는 틀에 묶여 우리 내부에서 공개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 그래서 남북이 함께 추진하면 성과가 나올 만한 일도 남한이 단독으로 하거나 북한에서 나온 자료를 참조하는 수준에서 결과물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남북이 같이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가 여러 방면에서 나왔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북한의 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디지털 자료를 도입해 인터넷으로 서비스하고 있으며 남북의 천연기념물을 통합해 제공하고 있기도 한다. 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 북한의 중앙과학기술통보사와 협력해 만든 디지털 콘텐츠인 ‘백두산의 자연’이 있고, 평화문제연구소가 북한 조선과학백과사전출판사의 ‘조선향토대백과’를 대폭 보강해 만든 자료도 있다. 이런 콘텐츠들은 북한이 이미 보유하거나 보유한 것을 일부 보강하는 차원에서 디지털화해 남한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 북한 콘텐츠의 디지털화 및 인터넷 서비스는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 북한이 북한 자체 정보를 공개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체제의 특수성으로 별 어려움 없이 공개 가능해 보이는 것마저 극히 제한하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정보공개가 일부 이뤄져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정보의 공개를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둘째,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종전에 나온 북한 정보는 부분적이었다. 따라서 전체를 아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종합적인 콘텐츠는 포괄적이고 방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북한의 대표적 콘텐츠이므로 종전의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셋째, 북한을 좀 더 깊이 누구든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북한 정보는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내용만 개방돼 북한을 이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따라서 북한정보의 인터넷 서비스는 통일을 위한 귀중한 인프라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는 있다. 우선 남북의 것을 모두 포함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북한 콘텐츠를 북한 사람들이 집필, 가공하고 남한에서 껄끄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부 내용을 제거했을 뿐 남한의 콘텐츠를 추가하지는 못한 것이다. 진정한 남북협력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통일의 기초석으로서 역할하려면 남북 통합을 고려한 디지털 콘텐츠화가 진행돼야 한다. 담당기관의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 문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북한의 조직과 대응할 수 있는 기관이 남한에서도 콘텐츠 업무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남측이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한다. 일례로 한국한중앙연구원이 각 지역의 향토문화역사 관련 디지털대전을 만들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연구원은 각 지역의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는 다르다고 하더라고 기본적인 틀을 가지고 각 지역에 적용함으로써 그 나름의 표준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런 접근을 북한 콘텐츠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또 콘텐츠 개발에 협력을 남북협력의 전문기관이 초기에 담당할 수 있겠으나 콘텐츠의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높일 수 있는 전문조직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남북 콘텐츠 통합을 위한 기준을 채택해 적용할 수 있으며 학술적인 기여도 가능하다.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학술적 가치와 활용성이 높은 다양한 지식 콘텐츠의 개발은 남북통일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바람직한 콘텐츠 개발 방안을 모색해 남북이 협력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현규 KISTI 동향정보분석팀장 hkchoi@kis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