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도를 자처하는 베이징은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엉망이다. 매캐한 매연에다 아직도 ‘폼’뿐인 신호등, 넘쳐나는 짝퉁, 심지어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흡연. 글로벌 에티켓을 중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도 중국인은 자부심이 강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똘똘 뭉쳐 있다. 13억을 넘는 인구는 최대의 자랑이자 무기다. 10%가 넘는 경제성장률로 세계 경제부국으로 올라선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고 베이징은 세계의 수도라고 자처한다.
그런 도시, 베이징에서의 일이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외국인임을 눈치 챈 택시 기사가 유쾌한 어조로 몇마디 물어봤다. 내용인 즉, ‘당신의 소득이 얼마나 되느냐’는 것이다. 생면부지의 손님에게, 그것도 외국인에게 이런 질문은 실례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그런 질문이 전혀 실례가 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대답을 않고 웃기만 했더니 계속 추궁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의 소득은 얼마나 되느냐’고. 그는 자랑스레 말했다. 그의 소득은 우리 돈으로 50만원이 조금 웃도는 수준이었다. 택시기사는 자기의 소득이 중국사회 중산층 이상이라고 말했다. 경제발전이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머지않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웃고 말았다. 그 상황에서 더 이상의 말은 지루한 말 싸움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소득에 대한 그의 희망은 좋아 보였다. 또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 소득이 계속 오른다면 물가는 가만히 있겠는가. 지금 중산층인 그의 ‘삶의 질’이 소득이 높아진다고 최상층이 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중국경제의 상승은 중국인 전체가 향유하는 것이다. 반면에 그 소득을 따라가기 위한 택시기사의 노동은 더 강해질 것이다. ‘절대적 부’에서 늘어날 수 있지만 ‘상대적 부’에서 그는 오히려 가난해질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가 경험한 일이다. 중국이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달리는 중국의 경제만큼 추구하는 ‘삶의 질’이 따라줄지 모르겠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고인 것을 알겠다.
이경우 퍼스널팀장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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