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바이오 벤처의 위기 극복의 길

Photo Image

정부의 벤처기업 창업 지원 및 육성정책으로 1999년부터 벤처 창업이 붐을 이뤘다. 대학교수나 국·공립연구소 연구원이 벤처 창업 시 특례나 우대제도를 적용해 연구원 창업, 실험실 창업 또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때기는 하지만 대학교수나 연구원 중 자신의 벤처기업을 갖지 못하면 무능하거나 시류에 뒤지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일본에서 유학하고 그곳 국립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1995년에 일본 최대의 바이오기업에서 자금을 유치, 한국 현지법인을 설립해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자체 연구소와 공장에서 개발, 생산함으로써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과 비슷한 유형의 경험을 하게 됐고, 주요 고객이 벤처기업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그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당시 창업한 벤처기업 모두는 아니겠지만 바이오 기업은 성공은 고사하고 기업을 계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1999년부터 3년간 바이오 벤처로 창업한 기업은 1000여개에 이르렀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몇 안 되고, 그마저도 기술평가 특례 등 정책적인 배려에 힘입은 것이 많다. 최근에는 벤처투자가 줄면서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자 두 가지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는 실제 기업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휴면 기업으로 남는 것으로, 당시 창립기업의 절반 이상이 이런 상태다. 또 다른 하나는 우회상장이라는 편법으로 증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다. 이들 우회상장 기업은 독자적으로는 수익성이 없으므로 상당수가 기존의 상장기업을 매개로 주식 시장에 등장하다 보니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과대 포장된 사업계획으로 투자자들에게 불신과 혼란을 준다는 지적을 얻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중요한 이유로 꼽고 싶다. 하나는 창업 정신과 이념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기술 중심의 벤처는 창립의 핵심인 교수나 연구원이 다년간 쌓은 기초연구 연구성과를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전제로 시작했으나 계획보다 사업화되기가 어렵고, 간혹 제품화가 되더라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고 영업 능력 부족으로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지 운이 나쁘다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철저하게 책임지고 개척해나가는 도전 정신과 끝없는 노력으로 극복하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벤처기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거나 정부나 창투사가 회사를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단순히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방편으로 윤리성을 포함한 창업의 정신과 기술을 버리고 있지 않은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은 다른 일반 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이 어떤 기술이나 제품을 개발했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업 경영의 기본이 되는 효율적인 인사, 재무관리 등 경영관리는 물론이고, 기술이나 제품을 재화로 바꾸는 영업이나 마케팅을 포함한 일련의 수익화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벤처기업은 역량을 갖춘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설사 전문가를 영입하더라도 기술과 제품을 이해하지 않으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할 수 없고 소요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기술이나 제품의 개발 단계에 맞춰 관련 업무를 소화해낼 수 있는 인재를 스스로 양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도 자연과학 전공자로서 인사·총무·재무·법률·기획·마케팅·영업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아마도 창업 7∼8년을 맞는 바이오 벤처기업이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이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기업의 영세성 등으로 독자적으로 전문 교육을 받기 어려우므로 중소기업청이나 관련 공공기관에서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벤처는 벤처다운 모습을 보이고 노력할 때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섣부르게 기존 기업의 흉내를 내거나 안이하게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이제현 리젠 대표 bio@regenbiotech.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