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 ‘홈쇼핑과 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의 일년 농사철’이다. 물론 매출이 높은 시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케이블TV 가입자가 이맘때 갑자기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월에서 5월까지는 통상 홈쇼핑과 케이블TV가 송출수수료 계약을 경신하는 시절이다. 케이블TV 채널에서 홈쇼핑을 볼 수 있는데 그 대가로 홈쇼핑은 케이블TV에 송출수수료를 제공한다. 백화점으로 치자면 판매사업자에게 매장을 내주고 임대료를 받는 셈이다.
5개 홈쇼핑사업자가 케이블TV에 주는 돈은 매년 치솟아 지난해에는 2500억원을 넘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도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홈쇼핑사업자와 케이블TV 모두에 비즈니스 모델을 흔들 정도의 규모다. 매달 현금으로 200억∼250억원이 흘러다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정가’ 논란이다. 돈을 내놓는 홈쇼핑측에서는 턱없이 비싸다며 볼멘소리다. 현재 규모면에서 1위인 GS홈쇼핑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매출 5760억원, 영업이익 702억원이다. TV홈쇼핑 부문만 떼어놓으면 매출 3872억원, 영업이익 441억원이다. 반면에 케이블TV에 지급한 송출수수료는 690억원이다. 바꿔 말하자면 TV홈쇼핑을 일년 내내 해서 제작·방송하는 GS홈쇼핑보다 채널 번호를 부여하고 송출해준 케이블TV 사업자가 남는 장사라는 얘기다. 케이블TV 측 주장은 ‘아직도 적정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케이블TV가 제공하는 채널 번호와 가입자 노출이 홈쇼핑에 가져다주는 효과만큼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매년 양측은 충돌해왔지만 올해는 유독 심해질 조짐이다. 예전에는 좋은 채널 번호에 돈을 내겠다고 경쟁하던 사업자가 GS홈쇼핑·CJ홈쇼핑·현대홈쇼핑 3개였는데 올해는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4개로 늘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수요가 늘었으니 공급가(송출수수료)는 오를 게 뻔하다.
가격은 결국 협상에서 결정될 터다. 우려하는 대목은 송출수수료가 얼마가 됐든 그 부담을 시청자나 중소업체에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송출수수료가 많아졌다고 홈쇼핑이 중소기업에 부담을 더 지워서는 안 된다. 송출수수료가 생각만큼 안 들어온다고 디지털케이블TV 전환이 더디게 가서도 안 된다. ‘공익성’이라는 잣대를 가진 정부가 ‘적정가 논란’을 남의 일처럼 흘려봐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호철기자·퍼스널팀@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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