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의 주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와 우리은행이 독자회생으로 가닥을 잡았다. 갑론을박하던 인도 비디오콘-리플우드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독자회생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채권단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체 채권 금융기관 가운데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사실 대우일렉의 판매가격은 너무 헐값이었다. 누가 봐도 ‘털도 안 뜯고 먹으려 든다’는 생각을 가질 정도다. 특허와 시장개척의 노력은 고사하고 실질적으로 자산규모 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었다. 채권단이 비디오콘 측에 요구한 가격은 7000억원. 비디오콘 측이 제시한 가격은 6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현재 대우일렉이 보유한 자산 규모 5600억원과 맞먹는 가격이다.
가격은 그렇다 치고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기업이 매각된 후 사업의 영속성 문제다. 이에 대한 아픈 기억은 국민의 뇌리에 아직도 각인돼 있다. 2002년 하이디스는 중국 비오이그룹에 단돈 15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비오이그룹은 계열사 지분투자로 매각금액을 모두 회수한 채 신규투자는 하지 않고 한국 기업의 기술만 뽑아갔다.
결국 지난해 상반기 1192억원의 엄청난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03년 154%에서 2005년 2만2672%까지 늘어나 결국 지난해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어 10월에는 법정관리 개시 판결이 내려졌다. 최악의 사례겠지만 대우일렉에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반론에도 타당성은 있다. 매출의 8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대우일렉에는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에 유독 취약한 문제가 있다.
대우일렉 채권단 일부에서는 아직도 매각을 통한 경영 정상화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독자회생을 위해 신규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우일렉 내부에서도 채권단의 운영보다 매각 후 일관된 경영을 바라는 부류도 있다.
하지만 독자회생의 가능성이 열린 이상 방향은 한곳에 집중돼야 한다. 다시 한번 가전 3사의 왕좌에 등극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민의 바람이 뒷받침되는 한 희망은 있다. 사고파는 매각 당사자에게 냉혹한 ‘금융논리’가 적용된다면 국민에게는 죽어도 안 되는 ‘국민정서법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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