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미디어포럼]`레드오션`에 빠진 과학TV

과학기술부는 과학 프로그램 제작, 콘텐츠 확보 비용으로 연간 최대 40억원 한도에서 3년간 ‘과학TV’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사업자 공모에 응한 YTN, 대한전선 컨소시엄, 사이언스 TV 3곳 가운데 YTN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7월 과학TV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과학TV 설립은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그간 보류된 사안이다. 지난 2004년 국정감사에서 사업 타당성 부족을 이유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도 있다. 당시 국회가 시청률이 매우 저조해 방송사업으로는 수익성이 열악한 실정이고,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방송의 품질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때문이다.

 실제로 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공단은 2005년 9월 잡TV를 출범시켰으나 국정감사에서 잡TV 운영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되자 2006년 2월부터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산업인력공단은 잡TV에 모두 12억7000만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국민 혈세가 낭비된 셈이다. 국군방송도 그렇고, 아리랑TV도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돈을 대는 공공채널이 이처럼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자생능력이 없는 탓이다. 결국 방송운영에 따른 적자는 모두 국민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과기부는 올해 또다시 과학TV 설립을 서두르고 있다. 별도의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지난해와 같은 규모의 영상콘텐츠 예산을 전액 신설될 과학TV에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KBS와 EBS는 과학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난해 각각 14억9000만원과 10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바 있는데 올해부터는 관련 예산 지원이 끊기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디지털 콘텐츠와 웹상의 과학뉴스 등 인터넷 활용사업 예산도 지난해 17억3300만원에서 올해에는 16억3300만원으로 오히려 1억원 감액됐다. 이처럼 과학TV 설립 이후에는 지상파TV와 라디오, 인터넷 등 다양한 매스미디어 활용을 통한 과학 대중화 사업이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들 기관으로부터 불평과 불만이 터져나올 판이다.

 정부 행정부처별로 독자적 TV채널을 구축하려는 것은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세계적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현재 과학TV와 유사한 공공 목적의 TV방송사로는 아리랑국제방송(문화관광부), KTV(국정홍보처), 국회방송(국회사무처), 국군방송(국방부), 방송대학TV(교육부) 등이 있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도 독자적인 TV방송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정부 행정부처별로 TV방송사 설립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것은 무분별한 공공채널 확대에 따른 막대한 재정 소요는 물론이고 민간사업자의 위축을 부를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문방송을 설립해 채널 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현존하는 공공채널을 통폐합해서 공익적인 방송 수요에 따라 방영시간을 적절히 배분해 운영하는 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성공의 비결 중에는 역발상이란 게 있다. 자신의 선입견이나 다른 이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을 바꾸면 새로운 길이 보이게 마련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힘들게 과학TV 설립만을 고집할 게 아니라 발상을 전환해 기존의 TV·라디오·인터넷·신문·잡지 등을 더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 소기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쉬운 길이다. 지금은 공공채널을 추가로 늘려야 할 때가 아니다. 경쟁자가 많아 혈투를 벌여야 하는 ‘레드오션’에 빠져 있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타성을 훌훌 털고 일어나 창의력을 발휘해 평화로운 ‘블루오션’을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과기부는 정책 홍보와 과학 대중화를 위해 다양한 기존 언론매체를 활용하려는 적극적 사고를 보여야 한다. 적은 예산을 신생 과학TV에 몰아 주기보다는 지상파TV·라디오·인터넷·신문 등에 분산투자해 이들을 과학행정의 후원자로 만들어 가는 게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박성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svp@assembly.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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