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제가 한 말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으면 김종갑이 아닙니다. 너무 기쁩니다.”
산자부 차관 인사가 있었던 지난 8일 밤. 김종갑 전 산자부 차관은 행시 17회 동기생들과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만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랜만에 동기생들과 부담 없이 만나서 기분이 좋았고 또 그동안 불편했던 자리에서 벗어나 마음이 홀가분해졌으리라.
지난해 말 정세균 전 장관이 당 복귀를 공식 발표하면서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이어 새 장관이 내정되고 차관인사가 단행되기 전까지 가시방석과도 같았던 자리에 앉아서 불편한 내색 하나 하지 않았던 그다. 솔직히 기자도 차관 하마평이 한창이던 지난해 말 한 저녁 자리에 만난 김 전 차관이 “마음 비웠습니다”라고 운을 뗐을 때만 해도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러하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아직 일을 더 해야 할 선배도 많이 계시고요. 은퇴 후에는 후배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헤드헌팅 회사에 나를 상품으로 내놓고 대한민국 공무원들 몸값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도 한번 알아보고 싶구요. 공무원은 일단 공직을 그만두면 뒤돌아보지 않고 쏜살같이 내빼서 어디에선가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할 일에 마음이 두근거립니다.”
그리고 그는 다음날인 9일 이임식을 끝으로 32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민간인 신분이 됐다. 김 차관은 이날 자청해서 차관 이·취임식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이희범 전 장관(현 한국무역협회장)과 정세균 전 장관의 이·취임식을 합동으로 한 적은 있지만 차관 이·취임식을 동시에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번에 나누어 해야 하는 행사를 한 번에 끝내게 함으로써 직원들의 수고와 번거로움을 줄여준 것. 사소한 일이지만 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잠시 공직을 떠났다가 되돌아오실 것 같다”는 기자들의 말에 “32년 동안 대과 없이 공직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감사드린다”며 겸손해 하는 그에게서 진심을 한 번 더 느꼈다. 진심은 늘 통한다는데….
주문정기자·정책팀@전자신문, mj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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