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특례제 지방에선 `고문관`

 대구소재 IT제조벤처기업 A사장은 “최근 산업기능요원이 취업 1년 만에 전직하는 바람에 프로그램 개발에 큰 차질을 빚었다”며 “키워 써먹을 만 하면 자리를 옮긴다”고 하소연했다.

 IT 모바일 관련 기업의 K사장도 “1년 동안 교육시켜 놓은 산업기능요원이 수도권 업체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대체인력 구하느라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같은 사정은 다른 IT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정부가 오는 2012년부터 폐지하기로 한 산업기능요원제(병역특례)가 가뜩이나 인력이 모자라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역 IT기업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보완도 필요한 제도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병특, 허점 왜 생기나=산업기능요원은 해당 직장에서 1년이 지나면 누구나 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산업기능요원이 전직을 신청할 경우 대부분 본인의 의사에 따라 승인해 준다. 전직 절차상 해당 기업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참고사항일 뿐 본인이 전직을 희망할 경우 100% 승인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인력을 배치하는 기업과 거주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 대부분 업체를 옮기고 있다. 향후 취업을 고려해 일찌감치 수도권 기업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역선 인력난 ‘허덕’=지역 IT기업에 있어 산업기능요원제는 가뭄 속 단비와 다름없다. 대구지역만 IT 제조 및 SW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이 매년 3000여 명에 이른다. 조사에 따르면 한 기업당 평균 10명 내외의 인력이 항상 부족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지역 IT기업들은 대부분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받길 원하고, 매년 인원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반적으로 산업기능요원은 한 기업에 1명씩 배정되지만 전년도 병무청의 실사결과에 따라 다음해 한 명도 배정받지 못하기도 하고, 때로 어떤 기업은 3명이나 배정하는 경우도 있다.

 ◇뽑고 떠나는 악순환, 대안 없나=병무청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산업기능요원을 받을 수 있는 지정업체는 1000개 업체가 넘고, 이 가운데 약 30% 정도가 요원을 배정받는다”며 “기업보다는 본인 의사가 우선이기 때문에 전직을 승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시각은 다르다. 운용의 묘를 살려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벤처기업 대표는 “인원배정 작업만 끝나면 업체간 불만 토로가 허다하게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며 “경직된 제도 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방법이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전직하지 않을 경우 근무 기간 단축 혜택을 주거나, 유명무실하게 되어 있는 해당 기업의 동의요건을 강화하는 방법 등이다. 제도가 사업의 실효성을 낮춘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병역특례 지정업체는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청의 추천을 받아 병무청 이 선정하는데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는 현재 8500여 개의 병특지정업체가 있고, 이곳에 3만6400여 명의 산업기능요원이 근무하고 있다. 현재 병특지정업체의 경우 전체 직원 중 13% 가량이 산업기능요원인 셈이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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