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하려면 데모하지 말고 애를 많이 낳아 민주 시민을 만들어라.”
민주화 열기가 고조됐던 87년 당시 한 사회학과 교수가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당시 활발했던 교수들의 민주화 운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보수적인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인만큼 그저 궤변 또는 핑계로 여겨졌다. 그가 전공한 인구학도 조롱거리가 됐다. 산아제한 정책을 폈던 개발 독재 시대에나 어울리는 구닥다리 학문이라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요즘 인구학의 인기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인구 분석만큼 유용한 사회과학 도구를 찾기 힘들다. 다른 어떤 사회과학보다도 명확한 실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도시 범죄율이 90년대 들어서며 갑자기 감소했다. 수치가 너무나 급격히 떨어지자 미국 언론은 온나라 전문가를 동원해 원인을 찾느라 법석을 떨었다. 치안 혁신, 형벌 강화, 경제 호황 등 다양한 가설이 나왔다. 하지만 경찰 인력 증가와 징역형 증가를 제외하곤 대부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스티븐 레빗이라는 한 젊은 경제학자가 명쾌한 설명을 내놓았다. 그는 1973년 낙태를 합법화한 게 주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합법화 이후 20년 가까이 잠재적 범죄자의 수가 확 준 게 범죄율 하락으로 이어졌을 뿐 다른 요인은 곁가지라는 설명이었다. 출산율에 주목한 그의 분석에 모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인구학은 그전까지 인구 변동 자체의 연구에 집중했지만 최근엔 경제학·사회학·사회복지학 등 다른 학문과 접목하고 있다. 유용성이 더욱 커졌다. 인구센서스, 동태 통계, 인구학적 조사 등 인구학적 기초 자료도 더욱 중요해졌다.
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정보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40대와 50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급증했다고 한다. 청소년과 젊은층이 지배적이었던 인터넷 이용의 저변이 넓어진 셈이다. 인터넷 이용층 변화가 악성 댓글(악플) 등 일부 그릇된 인터넷 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인구학 배경을 가진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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