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과 어울려 보려는 욕심에 최신 유행곡을 녹음해 놓고 열심히 배운다. 그래서 어느 정도 따라 부를 수 있으면 학생들과 함께 노래방으로 달려간다. 그러나 그동안 배운 곡을 뽐내려고 하면 어느새 그들은 또 다른 신곡을 노래한다. 아무리 따라가려 해도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는 격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기술로 인한 변화와 사회적 문화의 변화 속도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문화가 기술을 선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거래 지역이 확장되면서 탈것이 생겨나고, 멋 부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심으로 패션산업이 발달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설혹 기술 발전이 문화를 앞섰더라도 산업화 사회에서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아 사회 문화가 적응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기술의 변화와 이에 따른 문화적 갈등을 경험하고 있다. RFID·HSDPA·DMB 같은 알아 듣기 힘든 용어도 그렇지만, 이를 사용하는 환경에서 행동양식은 어떻게 해야 할지, 사용자 상호간 예절은 어떤 것인지, 어떻게 기술 활용에 의한 사회 질서 파괴가 최소화되는지 등에 대해 혼돈스러울 때가 많다. 이미 보편화된 휴대폰에 대한 문화 양식마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기술 변화에 문화가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기술이 소개돼 혼란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집 안 어디에서나 선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무선전화기에 익숙해지는 것을 느낄 즈음, 이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거리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댁내 무선전화기를 사용하는 문화를 몸에 익히는 과정에서 이미 휴대폰을 공중 속에서 사용하는 문화를 창출하고 정착시키는 숙제가 10여년의 짧은 기간에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사실상 이런 기술적 변화와 문화 발전의 격차는 많은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폐해는 빠른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화 때문에 사회의 순기능이 상실되고 역기능이 확산되는 기현상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문화에 의한 사회의 순기능을 ‘미래 지향적인 재투자가 활성화되고 기술과 환경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정의하면, 이 부작용은 지속 가능한 사회적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더불어 정보 격차, 인터넷 중독, 스팸메일에 의한 혼란, 음란물과 사이버 폭력, 명예훼손, 사이버범죄, 개인에 대한 집단 사이버 린치와 같은 정보화 역기능은 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미래를 암울하게 한다. 게다가 이러한 역기능은 문화적인 발전으로 치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사회에서의 급속한 기술 발전 속도가 이를 점점 더 어렵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급진적인 정보화 사회의 형성은 이러한 역기능의 심각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따라서 인위적인 정보문화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문화의 긍정적인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정보화 사회의 진입로에서 정부 주도하의 정보격차 해소 운동, 사이버 테러 및 범죄 방지 운동, 시민들의 스팸메일 안 보내기 운동 등 산발적인 정보문화 운동은 여러 차례 전개됐다. 그러나 이러한 소규모 문화 운동들이 급격한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변화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줬다. 때문에 이제는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정보문화 운동을 확산시켜야 할 때다. 급변하는 첨단 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정보문화 운동이 돼야 한다. 이러한 정보문화 운동은 사회적 순기능을 촉진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사회를 구축할 뿐 아니라 역기능을 최소화해 밝고 건강한 미래를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60, 70년대 새마을 운동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추구했듯이 2007년 황금돼지의 해에는 국가적인 정보문화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사이버 대한민국 건설의 기틀이 마련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정보통신공학부 교수 tmchung@ece.skk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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