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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07년 IT 키워드의 하나로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선정되면서 내가 대표이사로 있는 넥서브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사실 넥서브는 2000년부터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해 왔는데 이제 2007년을 시작하면서 SaaS 전문기업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 같다. 혹자는 ASP는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에서 소프트웨어를 구현한 소프트웨어 임대 서비스 정도의 의미고 SaaS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가 결합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좀 더 넓은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나는 ASP와 SaaS가 동일한 개념이고 학문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그 의미의 구분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것이 ASP든 SaaS든지 간에 2007년 한 해 동안 IT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트렌드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지난해 여름에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베니오프가 일본에서 연설을 하면서 “고객에서의 증명은 이미 끝났다. 소프트웨어의 미래상을 앞서 실현하고 있는 세일즈포스닷컴은 세계 45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과연 먼 나라의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나는 2000년부터 ASPnews.com에서 선정해서 발표하고 있는 톱25 ASP 사업자들의 동향을 관심있게 지켜봐 왔는데, 2004년 세일즈포스닷컴을 시작으로 50% 이상의 기업이 지난 2년 사이에 증시에 상장되거나 인수합병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이들 사업자는 몇 천억에서 몇 조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자금을 확보하게 됐고 세일즈포스닷컴 CEO와 같은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반면에 국내 ASP 또는 SaaS 시장에는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했다는 말만 무성했지 사업적으로 성공했다는 사례를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관련 업계나 정부에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첫째, 인터넷을 통해 국가적인 장벽 없이 제공되는 SaaS 특성상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은 타 분야에 비해 더욱 피할 수 없는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 SaaS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없다면 글로벌 솔루션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서라도 차별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해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이러한 글로벌 경쟁을 준비하기 위해서 관련 기업들은 규모를 키워야 한다. 이미 글로벌 SaaS 기업들은 기업가치가 수조원에 이르고, 매년 수천억원의 재투자를 통해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으나 국내 기업의 열악한 투자환경에 비춰봤을 때 이들과의 경쟁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국내 SaaS 기업도 IPO나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개별 사업자가 시장에서 성공하는 모습을 증명해 캐피털 시장의 관심을 유도하고, 온라인 게임처럼 테마를 형성해서 투자의 발전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많은 벤처 캐피털이 모여 있다. 현재 그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도 미래의 가능성이 어느 쪽에 있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파하는 베니오프의 주장은 우리 시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셋째, 그동안 정부에서는 걸음마 단계에 있는 사업자들의 성장에 도움을 주기 위해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직접 지원했다. 굳이 이런 투자가치를 논하기보다는 그동안 수많은 IT업계 리더들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고 주장해 왔던 것처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SaaS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부는 개별 기업을 지원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키우려 하기보다는 벤처 캐피털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고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오병기 넥서브 사장 brian@nex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