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준공 후 막바지 입주 작업이 한창인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아파트형 공장. ‘벤처드림타워’ 시리즈로 유명한 모 건설업체의 최신작인 이 건물의 이름은 ‘벤처’가 빠진 그냥 ‘드림타워’다.
이 회사는 지난 3∼4년간 같은 이름으로 여러 동의 아파트형 공장을 지어왔지만 과감히 ‘벤처’를 빼버렸다. 현재 추진 중인 차기 아파트형 공장에서도 ‘벤처’는 빠졌다.
회사 측의 설명으로는 과거 마케팅 과정에서는 ‘벤처’라는 단어의 도움이 컸지만 최근 들어서는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란다. 사업 특성상 벤처를 주 고객으로 하는 아파트형 공장업체의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양하는 입장에서는 벤처라는 꼬리표를 뗌으로써 벤처기업뿐 아니라 좀더 큰 규모의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용이해지고, 분양받는 기업도 자사를 굳이 벤처라는 테두리에 옭아매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벤처기업의 경영자조차도 벤처라는 이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벤처라는 이름 아래 받을 수 있는 정부 혜택은 좋지만 대외적인 회사 이미지까지 벤처로 국한되는 것은 꺼리는 것이다.
결국 한때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이라는 의미로 쓰였던 벤처라는 ‘훈장’이 언제부턴가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상태’를 뜻하는 ‘꼬리표’로 전락한 셈이다.
물론 모든 기업이 벤처라는 이름을 부끄러워하고 모든 투자자가 벤처를 볼 때 색안경을 쓰기야 하겠느냐만은 벤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99년부터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IT벤처의 CEO는 “영업환경이 악화된 것도 어려움이지만 ‘벤처’를 떠올릴 때 가능성보다는 불안정성만을 지적하는 분위기가 더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갈수록 불안한 이미지에 가까워지는 벤처에 대한 편견. 정부가 지난 2004, 2005년 연이어 내놓은 벤처 활성화 대책을 정권교체와 상관없이 이어가고 최근 새로이 내정된 차기 벤처기업협회장이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다.
이호준기자·정책팀@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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