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9년생입니다. 일본에선 저 정도 나이의 사람이 닌텐도 같은 회사의 사장이 되는 일은 흔치 않죠.”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이 오사카 본사를 찾은 한국 기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한 말이다. 자랑한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려 한다는 느낌이랄까?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지배하는 일본에서 그는 아마 젊은 나이 때문에 무수히 많은 질문을 들었으리라.
그의 이력이 특이한 것은 단지 젊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닌텐도 출신이 아니다. 닌텐도용 게임을 만드는 업체의 개발자였다. 1980년대 패미콤 시절부터 닌텐도 게임을 만들었다. 이 개발사의 상황이 어려워지자 대표이사를 맡아 회사를 살려낸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서인지 2000년 닌텐도의 경영기획실장으로 영입됐고 2002년 사장이 됐다. ‘을’ 업체 임원이 ‘갑’ 업체 CEO가 된 것이다.
이 발탁을 주도한 것은 다름아닌 창업주의 증손자인 야마우치 히로시 사장이었다. 150년의 역사를 가진 대기업의 깜짝 변신이었다. 이와타 사장은 닌텐도DS와 위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잊혀져 가던 닌텐도를 되살렸다.
전통을 놓지 않으면서도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변신한 것이 화투 업체에서 완구 업체로, 다시 세계적 비디오게임으로 도약한 닌텐도의 성장사였다. 닌텐도는 게임 업체에 대해 갖는 ‘고정관념’이 거의 들어맞지 않는다. 사옥은 멋없이 네모반듯한 건물이고 로비는 썰렁하다. 접견실 복도엔 은행 중역실처럼 고풍스런 액자들이 줄지어 걸려있다.
그런데 그 우아한 액자 속 그림은 화투의 그림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닌텐도 직원들은 사내에서 제조업체처럼 파란 재킷을 유니폼으로 입는다. 자세히 보면 가슴 부분에 작은 ‘수퍼마리오’캐릭터가 웃고 있다.
닌텐도는 일본 전래의 카드놀이를 주제로 오사카에 ‘시구레덴’(時雨殿)’이란 테마파크도 만들었다. 전통 놀이와 게임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공간이다. 화투 업체다운 선택 아닌가? 화투에서 출발한 즐거움의 변주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비디오게임은 ‘비교적 최근의 비즈니스’일뿐, 독자적 놀이문화를 창조한다는 닌텐도의 정신은 변함없다.
옛 것을 곱씹어 새 것을 창조해내는 그 전통이 부럽다.
오사카(일본)=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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