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의 인수 합병(M&A)이 올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들어 지난 8월까지 마무리된 인수합병 거래 규모만 어림잡아 4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인수합병이 일반화하면서 몸집을 불려 규모를 크게 늘린 업체가 있는 반면 아예 틈새 시장을 겨냥한 작은 업체는 살아 남고 중간 규모의 업체는 생존 확률이 점차 희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큰 ‘반도체 빅딜’은 지난 9월 사모펀드에 매각된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 사례’. 당시 주요 언론은 미국 IT 역사상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 거래가 성사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모토로라에서 분사한 프리스케일은 블랙스톤그룹 주도의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에 176억달러에 매각됐다. 프리스케일 매각은 지난 2005년 ‘선가드딜(113억 달러)’ 이래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어 같은 달 필립스반도체가 베인캐피털·아펙스 등 주요 사모펀드에 110억달러에 매각됐다. 로열 필립스 그룹에서 분리한 필립스반도체는 ‘NXP’라는 이름으로 새로 출발했다.
AMD도 그래픽 칩세트 업체 ATI를 54억달러에 인수했으며 불과 몇 주 후 ‘ATI 라이벌’이던 엔비디아는 애플 ‘아이팟’ 칩 공급업체로 잘 알려진 포털플레이어를 3억520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 밖에 LSI로직의 어기어시스템즈 인수(40억달러), 샌디스크의 매트릭스 반도체사업부 인수(2500만달러), 시스코의 네모시스템 인수(1250만달러) 등 크고 작은 M&A가 끊임없이 진행됐다.
LSI로직 애비 탤워커 CEO는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 간 합종연횡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빅딜의 첫 요인을 지난 90년대 ‘테크 붐(tech boom)’과 비교해 중견 규모의 반도체 업체가 크게 늘어난 데서 찾았다. 또 이전에는 칩 수요가 다분히 PC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휴대폰 등 휴대형 기기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개발 비용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인수합병의 원인으로 꼽았다. 가트너 존 바버 연구원은 “지난 2000년만 해도 디자인을 포함한 칩 개발 비용은 500만∼1000만달러 규모였지만 지금은 1000만∼2000만달러 규모로 늘어 났다”고 말했다. 또 “인수합병이 거세지면서 중간 규모의 반도체 업체는 몸집을 불리거나 아예 규모를 축소해 틈새 시장을 겨냥하는 게 생존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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