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융(融·convergence)의 시대’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산업·IT 분야에서 시작된 결합 추세가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융의 사전적 의미는 벽을 허물고 녹아들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차기 신성장산업의 핵심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FT(Fusion Technology)를 제시하고 있다. 스마트 의류나 나노·마이크로 공정, 지능형 물류, 전력 IT 등은 모두 기존 산업에 IT·NT·BT 등을 결합한 것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지향한다.
이 같은 융의 시대에는 각 부처의 정책 역시 결합이 필요하다. 복잡한 융의 시대에 단일 부처가 계획부터 실행, 사후관리까지 단독으로 처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산업 현장에 맞는 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산업자원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 글로벌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자부와 환경부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다.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산자부 외에 재정경제부·외교통상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문제는 융의 시대에 부처 간 대립각이 더 날카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부처의 주도권 싸움과 실익없는 경쟁은 융의 시대에 더 많아질 개연성이 있다. 실제로 산자부와 정보통신부는 지능형 로봇, 전자태그(RFID), 통신기반 정보기기 등에서 경합하는 구조다. 좋은 정책 대결이 된다면 좋겠지만 부처 간 대립은 기업체·협회들의 줄서기·편가르기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예산의 중복 집행 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융합 신산업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가정할 때 각 부처 간 역할 분담이나 협력 등은 매우 중요하다. 더 잘할 수 있는 부처에 담당업무를 몰아주는 것도 좋고, 두 부처가 동일 아이템에 대해 임무를 나눠 적절히 힘을 보태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다. ‘밥이 되든 죽이 되든 우리 업무는 반드시 고수하자’ ‘우리 부처 일에 다른 사람이 생색내는 꼴은 볼 수 없다’는 식의 접근만 없다면 좋겠다.
융이 잘되면 ‘용’(龍)이 되지만 잘못될 경우는 ‘흉(凶)’이 될 수도 있다.
김승규기자·정책팀@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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