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친기업적 공무원이 많은 나라

 중앙아시아 신흥부국으로 손꼽히는 카자흐스탄에 부러운 것이 두 가지 있다. 한 가지는 땅만 파면 쏟아지는 석유를 비롯해 천연가스·석탄·철광석·구리 등 각종 자원이다. 이 나라를 살찌우는 돈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를 기반으로 카자흐스탄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가장 높은 10% 안팎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하나는 공무원이다. 정보통신산업을 책임진다는 정보통신청은 20, 30대의 젊은 사람으로 꽉 찼다. 기자를 포함한 한국 사람 몇몇이 정보통신청을 방문했을 때 우리를 직접 맞아준 것은 뉴샤베코프 정보통신청 부청장으로 나이는 서른 두 살이다. 청장 나이는 서른 여덟 살이다. 전자정부 총괄매니저를 비롯한 대부분 공무원도 20대다. 나이가 어린만큼 중요업무를 처리하기에 불안하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을 겪어보면 불안하기보다는 부럽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왜 젊은가?’에 대한 질문에 그들은 젊은 사람이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과감히 추진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랬다. 한국 측과의 상담 도중 전문가도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을 그들은 끈기 있게 이해하려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들 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그 자리에서 과감히 결정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즉석에서 현지 업체에 전화해 한국 업체와 만나 상의하라는 주문까지 내렸다. 템포는 빨랐고 적극적이었다. 스피드 경영을 몸소 실천하는 듯 보였다.

 이들의 작업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많은 성과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업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주저 않고 실행하겠다는 그들의 태도는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결코 산업계 위에 군림하지 않고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일에 상대와 절차를 가리지 않고 나서는 공무원의 모습이 우리와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소프트웨어산업만 보더라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허가하고 관리하는 위치다. 과감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이러저러한 절차를 이유로 미뤄지기 일쑤다.

 카자흐스탄의 IT산업을 한국과 비교하면 아직은 한수 아래다. 하지만 기업 친화적인 이 나라 젊은 공무원을 볼 때 그 격차를 줄이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 같다. 카자흐스탄을 찾은 한국 측 관계자들의 얼굴을 보니 이 생각을 기자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알마티(카자흐스탄)=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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