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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간 벤처기업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소 엉뚱하기는 하지만 말을 꺼내놓고 보니 무척 궁금해진다.
얼마 전 벤처기업 CEO 대상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주제는 ‘비전’이었다. 당시 ‘지금 한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어떤 소원을 말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다른 기업의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다. 성장하는 기업의 내부를 면면이 살펴보면 그 비결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지 않고 성장의 비결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쩌면 ‘벤처기업은 벤처다워야 한다’는 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벤처다움’의 첫 번째 조건은 명확한 기업 비전이다.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과는 달리 벤처기업은 정예 인재가 ‘명확한 비전’ 아래 열정을 한곳으로 집중할 때만이 벤처다움이 시작된다.
두 번째 조건은 인재양성 경영이다. 남이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도전하는 수많은 벤처인 중 어려움을 이기고 고군분투하면서 ‘벤처의 꽃’을 피운 이가 있다. 여기에는 CEO의 리더십, 조직 혁신, 창의적 발상 등 중요한 조건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인재양성’이라는 관점에서 CEO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창의성을 독려한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아울러 ‘기회와 도전’이라는 명제를 인재양성에 충실히 반영한 것도 지대한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간간이 우리는 대기업의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벤처기업에 뛰어들어 신화를 창조한 인물의 성공담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의 역량만으로 그 신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화의 주인공 역시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도전’을 벤처기업을 통해서 그리고 혼자가 아닌 직원들의 역량과 함께 이룬 것이기 때문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직원이 벤처를 떠나는 것은 명확하지 못한 비전과 끼워 맞추기식 업무 지시 때문이라고 한다. 벤처기업의 현재 모습이라는 점에서는 씁쓸한 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지난달 10일 폐막한 ‘제1회 글로벌 인재 포럼’에서 빌 게이츠 MS 회장과 폴 월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는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풍부한 인적자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우리 성장동력에 인재가 있었듯이 향후 국가·기업의 성장 동력 역시 인재라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기관이 유기적인 협업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명확한 인재상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 포럼의 핵심 내용이었다.
안중호 서울대 교수는 한 강연회에서 ‘디지털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며, 디지털 인재를 보유한 기업일수록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확률이 높다’고 역설했다. ‘기업의 역할론’을 충분히 설명한 부분이다.
이 점을 상기해보면 디지털 활용 여하에 따라 벤처다움이 완성될 수 있다고 본다.
안 교수가 주장하는 ‘디지털 인재’에는 디지털 수행능력과 IT 활용능력, 오피스 스킬이라는 핵심 개념이 포함돼 있다. 디지털 수행능력은 비저널 스킬, 휴먼 스킬, 컨셉추얼 스킬을 뜻하며, IT 활용능력은 필요한 정보를 획득·가공해 각자의 부문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능력을 뜻한다. 즉 디지털 인재란 오피스 스킬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수행능력과 IT 활용능력이 우수한 고급 인력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벤처기업 모두에 충분한 화두가 될 수가 있다. 물론 각각의 기업에는 지금까지 현존하는 인재상이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사람중심’ ‘인재양성’ 등의 평면적인 개념에서 탈피해 더욱 적극적이고 ‘벤처다움’에 적합한 구체적인 개념의 인재상을 재발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벤처기업다운 ‘디지털 인재상’의 재발견이야말로 내년도 사업계획에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해야 할 과제임과 동시에 벤처기업의 비전으로 제시돼 벤처다움을 과시해야 할 때다.
◆정현경 중앙ICS 사장 sc@caic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