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통일 한국과 국기의 문제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코비(cobe, 우주배경복사탐사선) 위성으로 찍은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제작한 NASA의 메더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스무트에게 돌아갔다. 우주는 빅뱅 이후 점차 식어 이제는 마이크로파 수준으로 복사되고 있는데 1978년 펜지어스가 이를 측정해 우주배경복사라 명명하고 노벨상을 거머쥐었다. 이후 NASA는 1989년부터 코비위성으로 관측한 자료를 모아 우주배경복사 지도를 만든 결과 우주 나이는 137억년이라는 사실과 흑체복사의 형태를 띠며 방향에 따라 미세한 온도차가 있음을 발견했다. 이는 우주 생성 초기의 대폭발 후 생성 소멸을 반복하면서 진화해왔다는 MIT의 앨런 구스의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세한 요동이 없었다면 우주는 어느 곳이나 균질적으로 이뤄져 고요한 바다처럼 정태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등방 비균질의 상보대칭성 때문에 상호작용이 강해 물질도 생기고 우주가 지속적으로 팽창할 수 있다는 동태적 우주진화 사실을 밝힌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지도의 모양이 3태극의 문양과 매우 닮아 있다. 역경에서는 태극이 양의(음양)로 구성됐다고 말하는데 이는 정태적 우주를 말하고 3태극은 동태적 우주를 상징한다. 하지만 역경이나 3태극 이론은 2500년 전 형성된 정교한 지식체계며 과학적이라는 평가는 당연하지만 그동안 한번도 업그레이드하지 않아 오차가 심해 과학 정신은 사라지고 관념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번 노벨 물리학상은 태극의 진수를 잘 설명해준 셈인데 3태극을 좀 더 주시해야 한다.

 지금 국회는 국기 법 제정을 위해 의원입법 안을 내놓고 있다. 현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는 법체계를 상향시켜 태극기의 위상을 높여보자는 의도인데 그 해설은 여전히 역경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카타르 도하에서는 아시아 경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단골로 등장했던 한반도기가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남북 공동 입장은 바람직하지만 상징적으로 한반도기를 앞세우는 것은 졸속 조치다. 통일 연합 국가를 상징하려면 적어도 고선주(고구려, 고조선의 옛 땅=만주)와 대마도는 그려 넣어야 위치를 알기 쉽고 독도와 마라도, 신도(북한 명칭 비단섬)를 표시해야 영토의식이 제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론도 있을 것이다. 국기와 지도는 다르다고. 그렇다면 왜 하필 지도문양을 통일연합의 상징문양으로 정했는가 묻고 싶다. 자칫 지도는 식민사관으로 점철된 반도사관을 더욱 확대 재생산할 우려가 높다.

 북녘에는 인공기라는 또 하나의 상징 문양이 있다. 그들은 공화국 국기라고 부른다. 위부터 파랑·빨강·파랑이 순서로 배치돼 있으나 파랑이 빨강을 덮고 있으며 그 사이에 두 개의 흰색 선이 있다. 각 선의 비율은 6:2:17:2:6이다. 빨강 띠 안에는 깃대 쪽으로 하양 원 바탕에 붉은 5각별이 있는데 남녘에서는 김일성을 상징한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네들은 음양을 표시한다고 해설하고 있다. 광복 직후 그들도 태극기를 사용했으나 신익희 선생의 조카가 도안한 것을 1947년 11월 북조선인민위원회 3차 회의에서 채택하고 이어 1948년 9월 8일 헌법 조항으로 규정,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체계상으로는 우리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형편이다. 또 파랑과 붉은 띠는 태극 단청을 연상케 하지만 원이 아니라 줄 모양이어서 정태적 우주를 연상케 하며 상하 대칭구조는 상보대칭적인 화합 구도와는 달리 대립적 투쟁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 남녘의 3태극은 동태적 우주 배경복사 지도와 닮았으며 우리에게 많은 함의를 던져준다.

 몽골에서는 우리를 ‘솔롱고스’라 부른다. 무지개의 나라라는 뜻이라 한다. 무지개 빛깔은 어디서나 희게 보이지만 모든 빛깔이 섞여야만 흰빛이 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반면교사다. 연합공화국 국기 문양은 이런 무지개의 가르침과 희망을 반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유니언 잭이나 미국의 성조기처럼.

◆진용옥 경희대 전파공학과 교수 chin3p@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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