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그랜드차이나 관문, 홍콩

 ‘동양의 진주’ ‘쇼핑의 천국’. 홍콩의 다른 말이다.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SAR:Special Administrative Region)’다. 하지만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다.

 홍콩은 원래 이름이 샹강(香港)이다. 뜻 그대로 ‘향나무가 많은 항구’다. 홍콩섬과 주룽반도 및 그 밖의 섬으로 이뤄졌다. 제주도보다 작은 면적이지만 세계적인 지명도를 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홍콩이 세계사에 등장한 것은 160여년 전이다. 영국과 중국의 아편전쟁(1840∼1842)으로 결국 홍콩은 영국에 조차(租借)됐다. 무려 99년간이다. 말이 조차지 사실상 식민지였다. 영국의 지배를 받는 동안 홍콩은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서 자리매김했다.

 1990년대 말 이러한 지위가 흔들렸다.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화교자본과 다국적 기업이 대거 빠져나갔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빠져나갔던 화교 자본은 물론이고 다국적 자본과 기업이 홍콩에 다시 돌아왔다. 홍콩 자체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중국은 홍콩을 접수하면서 마카오, 대만, 동남아 화교를 잇는 ‘대중국(그랜드차이나) 시대’를 활짝 열었다. 대륙의 거대한 인적·물적자원 및 홍콩의 자본과 금융이 합쳐지면서 중국의 파워는 강력해졌다.

 홍콩이 이번주에 올림픽을 개최한다. 스포츠 올림픽이 아니다. ‘ITU텔레콤 월드’라는 이름의 정보통신 올림픽이다. 4년마다 열렸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 빠른 IT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이번 10회 행사 때부터 3년마다 열린다. ITU텔레콤 월드는 늘 ITU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지만 이번에 처음 다른 나라에서 열린다. 첫 개최지를 홍콩으로 택한 이유도 명확하다. 그랜드차이나가 세계 정보통신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정보통신기업의 CEO가 대거 홍콩에 출동한다. 우리 기업 CEO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은 이 행사를 계기로 세계 정보통신 시장에 우뚝 서겠다는 복안이다. 우리에게 홍콩은 중국 시장을 향한 관문이지만 중국에 홍콩은 세계 시장을 향한 관문이다.

신화수 u미디어팀장@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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