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기업]김진오 로봇산업정책포럼 의장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모아 우리 특성에 맞고, 산업도 잘 이끌 수 있는 로봇 정책을 개발해 보겠습니다. 로봇 전문기업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것도 로봇 강국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입니다.”

 최근 각계 전문가 37명으로 출범한 로봇산업정책포럼의 초대 의장으로 선임된 김진오 교수(47·광운대 정보제어학과)는 정부와 로봇업계, 학계는 물론이고 디자인·언론·금융 전문가까지 모두 모아 포럼을 만들게 된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김진오 의장은 “로봇은 아직까지 여러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부처·업계·학계의 좋은 의견을 종합해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로봇 강국 육성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형 로봇 육성책’은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 최상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그는 미국·EU·일본 등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같은 접근법은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정된 자본과 기술을 결집하고 모든 상상력과 다양한 산업을 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김 의장은 “로봇은 그야말로 반도체·부품·디스플레이·문화·나노 등이 모두 결집된 분야로 파생 산업도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모든 연구자가 원천기술 개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은 적절히 외부에서 도입해서 빨리 윗단의 기술수준으로 도약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정책의 미흡했던 점도 언급했다. 김 의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로봇을 다른 산업 육성 체계와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 부처별 정책 추진으로 종합적인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것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집중과 선택의 원칙,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종합한 정책이 가장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자부, 정통부는 물론이고 모든 유관 부처가 로봇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데 농업용은 농민, 도로순찰용은 건설업자가 중심이 되어 R&D를 할 경우 최상의 성과가 나오겠느냐”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로봇전문 기업 육성에 대해 ‘대나무 이론’을 들어 설명했다. “대나무는 처음 4, 5년간은 죽순만 보이고 뿌리를 내리다가 그 이후에는 매년 10m씩 자라게 된다”며 “우리 로봇 전문기업들에도 조급하게 성과물을 요구하기보다는 뿌리를 내릴 충분한 시간과 여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지향하는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모습에 대해 질문해 봤다.

그는 “특정 분야 로봇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보다는 상상한 형태의 로봇을 가장 빨리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서는 기반 인프라는 물론 관련 부품산업도 강해야 하고 인력 층도 두터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토대가 확고히 있어야만 로봇의 산업화가 본격화될 경우 주도권을 잡아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 분야에 투신하게 된 것은 어머니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공대생 시절, 어머님이 심장이 좋지 않았고 이에 대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이후 석사시절 인공심장에 대한 공부를 했고 더 큰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자동화, 로봇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김 의장은 궁국적으로 여러 준비를 거쳐 의료용 로봇쪽에 진출해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고교생인 아들도 로봇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어한단다. 김진오 의장은 아들이 단순히 로봇을 연구개발만 하기보다는 관련 정보와 기술을 종합해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초기술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서 이를 종합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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