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우주기술 다시 보자

지난달 28일 한국의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 아리랑 2호의 발사 성공은 세계 최고 해상도의 1m급 아이코노스 영상위성 발사계획을 내놓으면서 전 세계를 놀라움에 빠뜨린 지난 98년 당시를 생각나게 한다. 해상도 2m급인 프랑스의 스폿위성 영상 등에 의존해 왔던 전 세계 GIS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대 사건이었다.

 이해 극장에서 상영된 윌 스미스와 진 해크먼 주연의 ‘에너미오브스테이트’라는 영화는 바로 그 해에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영상위성의 위력을 사람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키며 충격파를 높였다. 이때 갓 제작에 들어간 우리별 2호가 이제 지구상공 685㎞에서 하루14바퀴 반을 선회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주변국의 영상을 보내올 것을 생각하면 기술개발 노고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제는 성공에 따른 환호를 접고 냉철하게 아리랑 2호 이후 우리의 우주개발 장기계획을 재점검해 볼 때다.

 정부가 6대 먹거리(6T)의 하나로 내건 우주기술(ST: Space Technology)을 경제적·문화적·산업적 관점에서, 그리고 후손들의 미래준비라는 차원에서 다시금 더욱 정밀히 조정해야 할 시점이다.

 지난 1969년 7월 20일 미국이 달에 인류의 첫발을 내디딘 지 2년 만인 1971년부터 일본은 미래 과학기술을 예측하는 전망보고서를 냈다.

 최신버전인 2002년판 ‘2030년과학기술’ 보고서에는 아리랑 2호의 성공으로 자신감에 찬 우리과학계가 더욱 더 박차를 가하도록 자극할 만한 내용이 넘쳐난다.

 일본의 야심, 즉 △2013년 상업용 고정도 측위시스템 실용화 △2019년 발사로켓에 의한 우주수송비용이 현재의 10% 이하로 저감 △2011년 수십메가비트초 이상의 고속인터넷용 위선성형 글로벌 위성 시스템 실용화 △2013년 기가비트급 글로벌 통신위성시스템 보급 △2023년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수소유한 우주공간 태양광 발전소 건설 △2020년 지구와 우주정거장 사이를 항공기처럼 운행하여 사용이 끝난 위성을 회수할 수 있는 우주비행기 개발 △2025년 유인우주선의 화성착륙 등이다.

 일본은 또 자체 분석을 통해 ‘우주활동의 상업화 및 인공위성 발사사업의 상업화가 눈부셔 최근 미국의 우주기업 연간매출고는 정부와 민간 수요의 비율이 역전될 정도’라고 써놓고 있다. 발사로켓에 의한 우주수송비용을 현재의 10%로 저감하는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이는 일본의 경제활동 기여도에서 3위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최근 외신은 이들의 전망이 실제로 눈앞에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솔직히 우리에게 ST란 아무래도 IT·BT·NT에서 많이 나아가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보여주었듯이 ST 관련 산업의 발전은 단순히 과학 분야의 일만이 아니라 문화·산업·경제·사회적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을 지나쳐선 안 된다.

 1966년 방송을 탄 우주드라마 ‘스타트렉’은 미국민을 우주열풍에 빠지게 했고 77년 스타워즈로 이어진다. 76년 나사의 최초의 우주왕복선 이름 ‘엔터프라이즈’는 스타트렉 열광자, 이른바 ‘트레키’들이 보낸 편지 40만통의 결과였다.

 최근 뜨거워진 우주개발 경쟁도 일련의 맥락을 놓쳐선 안 된다. 중국이 유인우주선 성공에 이은 달탐사를 얘기하고, 미국·싱가포르·아랍에미리트 등 세계 각지에서 민간우주여행시대에 대비한 우주공항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보도다.

 뉴욕타임스도 2일 인류 멸망에 대비한 모든 종(DNA) 보관을 내용으로 하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달에 보낸다는 구상을 보도했다. 핵전쟁이나 소행성의 지구충돌 등 인류 멸망의 날에 대비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유전자 표본을 달에 보내는 계획이란다.

 아폴로계획을 지휘한 브라운 박사는 달나라 탐사의 목적은 달 식민지건설이라고 했다. 우리는 달에 대한, 우주에 대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혹시 달이 남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이재구 국제기획부장 jkle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