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과기혁신, 지역인재 양성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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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하는 단어와 표현은 다를지라도 국가의 혁신과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끊임없는 개혁과 혁신만이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한 국가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확보와 성장, 번영을 가능케 한다.

 20세기 말에 시작된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과 우리나라가 당면한 제2의 경제 도약, 이른바 연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달성을 통한 선진국으로의 발돋움을 위해서도 사회 전반, 특히 과학기술의 혁신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의 발전 모델에서 잘 나타난 것처럼 산업화 시대에서는 국가 주도의 계획적인 산업화와 국가 출연기관의 역할이 중요했다. 그러나 지식기반 경제의 혁신 주체는 대학 그리고 시장경제의 중요한 축을 맡고 있는 기업이다.

 제조 중심의 산업체계에서 정보화로 인해 국가 간 기술 격차가 급속히 줄어들고 지식기반의 첨단산업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혁신주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

 지식의 생산자이자 지식 보유자 배출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 특히 국가 수준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는 기업이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국가 혁신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산업화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카네기·록펠러·포드 등 주로 기업가에 의해 시작됐지만, 20세기 중반부터 현 21세기에 이르는 기술혁신의 대부분은 동·서부에 산재한 대학에서 발생, 산업체로 전파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통신 등 미래산업 분야의 혁신은 대부분 대학에서 출발해 현재의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산업화 시대를 넘어서 지식기반 경제로의 전환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한 과제는 무엇인가.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간 격차, 특히 지식기반·과학기술 격차를 가장 큰 문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역 혁신을 담당해야 할 지역대학 과학기술 교육의 커다란 어려움 가운데 하나다.

 지역대학의 어려움은 정부지원 부족이라기보다는 인재의 수도권 집중, 즉 인재의 역외 유출에서 시작된다. 교수나 실험실 수준은 수도권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지만 실험을 수행할 우수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지역대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와 입시생의 수도권 대학 선호와 지방 대학생의 수도권 대학원 진학 등으로 지역에는 혁신을 담당할 우수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이공계 우수 대학원생 부족은 산업 혁신을 담당할 지방대학의 R&D 기능을 취약하게 만들어 놓았다.

 연간 국민소득 2만, 3만달러 시대를 달성함으로써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지방과학기술 교육의 혁신적 개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재정적 지원보다는 사회적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우선 지방대학을 나와도 향후 경력에 손해가 없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 중장기적으로 지역대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며 지역 혁신체계도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서울대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 배분 입학제 등을 통한 저인망식 지역 우수인재의 수도권 유인책을 억제하고 국가고시와 공공기관·대기업에서 인력 채용 시 지역대학 졸업생 분담제를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의 영재고·과학고 집중 육성과 더불어 대학 자체에서도 지방과학 기술의 엘리트 교육을 반드시 실행해야 할 것이다.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 president@dg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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