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종범과 LG필립스LCD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의 이종범 선수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호타준족으로 10년 이상 프로야구 흥행을 좌우했던 그는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일본과의 경기에서 호쾌한 2타점 2루타로 승리를 견인, 스타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우리를 환호하도록 만들었다. 그런 그가 극심한 타격 부진 등 슬럼프로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이달 초 10일간 2군행 통보를 받았다.

 삼성전자와 함께 전 세계 LCD 시장을 좌지우지했던 LG필립스LCD의 최근 행보가 이종범 선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LG필립스LCD가 감산을 포함, 실적 전망을 낮추는 등 부진한 실적을 예고했지만 지난 11일 발표된 실적은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100인치 LCD 개발과 세계 최대 규모의 LCD 공장 파주 P7 준공 등으로 대한민국 LCD 산업의 남다른 위상을 재차 확인케 했던 일련의 화려했던 행보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하반기 이후에는 재고 물량을 2주일 내로 축소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절적 효과에 따른 LCD 수요 확대와 감산 효과로 인한 재고 조정으로 공급과잉이 축소되고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LG필립스LCD 고위 관계자의 잇따른 해명과 자신감에도 차가운 시선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했다.

 이종범 선수가 2군으로 내려갔을 때 그가 영원히 2군에 머물다가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한 프로야구 팬은 없을 것이다. 그가 가진 천재적·천부적 야구 능력을 봐 왔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LG필립스LCD도 마찬가지다. LG필립스LCD가 가진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만큼 지금의 슬럼프를 탈출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종범 선수 없이는 프로야구 흥행에 차질이 불가피한 것처럼 LG필립스LCD가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 LCD 산업의 밝은 미래는 없다.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 IT산업 대표로 자리잡은 LCD 산업의 위기는 IT산업의 위기로, 궁극적으로 경제 전반에 걸친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팬들이 이종범 선수의 1군 복귀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처럼 LG필립스LCD가 반전을 모색할 때까지 기다리자. 이종범 선수와 LG필립스LCD가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절대로 팬(?)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팬들이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원배기자@전자신문, ad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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