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청풍 최진순 회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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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기청정기 제품 개발과는 별도로 전자부품 업체로서 삼우전자는 지속적으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나에겐 항상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시련이 찾아 왔다. 20억원짜리 부도 어음이 날라오면서, 회사가 부도를 맞게 된 것이다. 집과 공장,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날아가면서 정말 인생의 덧없음을 느꼈다. 그러나 넉 놓고 가만히 있을 수 만은 없었기에,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연구 개발비와 시제품 출시를 위해 모든 부품 조달을 외상으로 구입했다가 부도가 났기 때문에, 나는 제일 먼저 납품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내가 지금 현재 처한 상황과 향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를 정말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다해 얘기했다.

 진실을 통한다고 했던가 납품업체 사장들은 나에게 ‘사장님은 거짓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빚독촉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이 때 다시 한번 사업을 하면서 신용과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고, 사업이 다시 정상화 궤도에 오르면 배로 이 은혜를 갚을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내가 공기청정기를 개발할 당시에는 우리나라에는 ‘공기청정기’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던 상태였다. 환경의 중요성과 향후에 부각 될 환경산업의 성장성을 예측하는 사람도 전무한 상태였다. 공기청정기 제품은 개발이 완료 되었지만,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판매를 하기 위한 판로 개척이 힘들었다. 시장 자체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제품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섬유업은 가업으로 이어오면서 눈으로 보고 배운 것이 있기 때문에 독자 사업을 준비하면서도 제품 개발과 판매가 같이 잘 이뤄졌고, 전자부품 쪽도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부품 납품이기 때문에 무리없이 진행되어 갔다.

 하지만 국내에 전혀 없는 시장으로 소비자에게 제품의 필요성을 전달하면서 판매를 해야하는 공기청정기 제품에는 그만큼 새로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했다. 또 한번의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새로 개발한 공기청정기 제품을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판매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얘기를 하고 제품의 필요성을 전달했지만, 소비자가 바로 움직여주지는 않았다. 소비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입증 자료도 없었던 터라, 내가 선택한 것은 제품의 우수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내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해외 유명 발명품 대회에 참여해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이를 소비자 및 유통 채널을 설득하는 방안으로 활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또한 이 기간 국내 시험기관에 의뢰해 제품의 우수성과 관련한 입증 자료를 마련하며 국내외로 인정받은 제품이라는 이미지 만들기 작업에 돌입했다.

 chungpung@chungpung.com

  ④공기청정기가 나오기까지

(사진) 공기청정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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