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는 1970년대 중동지역 건설 붐을 타고 시공만 잘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사업에 접근했다. 그러나 대규모 건설사업은 미국·일본 등 선진 엔지니어링기업에 의존하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져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는 그룹사가 엔지니어링 전문회사를 앞다퉈 창설했다.
최근 소프트웨어(SW) 중심의 대규모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중동지역 건설 붐과 같은 SW사업 붐은 없지만 대규모의 복잡한 SW시스템 구축 때 우리 SW업체는 1970년대의 건설업체의 한계점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너럴시스템엔지니어링(GSE)의 공공·민간부문 도입이 확대돼야 한다.
참여정부는 SW를 기반으로 IT839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임기 안에 IT839정책의 가시적인 실효성을 확보하고 완성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 구축사업 등에 GSE를 제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GSE는 일반적으로 완전한 정보시스템개발을 외주용역으로 발주하기 전에 제안요청서(RFP)에 포함돼야 할 시스템명세서(SSS)·작업기술서(SOW)·작업분할구조(WBS)·업체선정계획(SSP) 등을 개발하기 위한 일련의 엔지니어링을 말한다.
GSE의 핵심은 시스템 개념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것이다. GSE에 투여되는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약 20%로 이 투자를 통해 외주용역사업의 성공을 이끌어내야 한다.
GSE는 검증된 SSS 개발과 더불어 투자비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경제성분석(AEA)과, 업체와는 독립적인 정부의 정보화원가산정(IGCE) 등도 포함해야 한다. 또 GSE는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개념개발단계(CD)에 집중돼야 하나 개발단계(FSD)와 지원단계(서포팅)에서도 필요한 시스템엔지니어링이다.
우리나라에 GSE가 정보화사업에 도입된 지 3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으나 정보화제도의 미흡과 하드웨어적인 인식으로 인해 일반화되지 못했다. 아직도 많은 전문가가 GSE를 특별한 문제공간, 즉 대규모의 복잡한 우주항공 또는 국방프로젝트에 국한해 인식하고 있다. GSE는 미 항공우주국이나 미 국방성을 통해 획기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현재 선진국의 공공 및 민간부문에서는 보편화됐다.
국내에는 부분적인 개발방법론과 기법은 널리 보급됐으나 이를 전체로 묶는 GSE에 대한 이해는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GSE 적용이 제도화·보편화할 때 비로소 SW산업이 진흥되고 수출전략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며 진정한 의미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SW발주관리 표준프로세스 개선사업은 공공부문의 SW사업의 효율화와 더불어 국내 SW산업을 발전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IT서비스산업과 SW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해 어려운 경제여건을 개선하는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과거 철강·조선·건설·자동차·반도체 분야에서 그랬듯이 수출을 선도하는 대규모의 SW기업과 IT서비스기업이 출현할 때 1만여 IT벤처 중소기업이 생존할 터전이 생길 것으로 본다.
글로벌 시대의 무한경쟁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GSE를 도입해 SW시스템을 기획 및 계획하고, 개발·서비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적당주의와 비합리적인 관습을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주변의 각종 정보화사업이 많은 문제를 야기해온 것은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방법에 접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는 GSE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개선하고 어려운 SW산업을 적극적으로 타개해야 할 긴박한 시점이다.
◆이남용 숭실대 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 nylee@computing.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