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스코틀랜드가 바이오강국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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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내 굴지의 제약업체 종근당이 스코틀랜드 바이오 기업과 당뇨병 치료제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차세대 신약개발에 필요한 스코틀랜드의 원천기술을 종근당에 제공하게 되는 이번 협약은 스코틀랜드가 바이오 관련 신약 임상실험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았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바야흐로 21세기 바이오 경제시대가 도래해 국내외에서 활발한 R&D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전 세계 바이오 강국으로 입지를 굳힌 스코틀랜드의 행보에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이유다.

 스코틀랜드 인구는 영국의 9% 정도인 520만명에 지나지 않지만 영국 전체 바이오 관련 해외 직접투자 기업의 30% 이상이 스코틀랜드에 있다. 또 영국 바이오 투자 펀드의 13%가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와 최대 도시 글래스고를 잇는 ‘센트럴 밸리’에 집중되고 있다.

 오래 전 산업혁명을 일으킨 스코틀랜드 기술자의 후예들이 생명과학을 일구어 내면서 세계 최초로 페니실린·잔탁·B형간염 백신 등을 탄생시키기도 한 스코틀랜드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정부를 주체로 한 오랜 산·학·연 협력의 결과다.

 우선 스코틀랜드에는 세계 수준의 대학이 포진해 있다. 글래스고·에든버러·애버딘·던디 등 유수 대학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를 비롯해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이공계 특화대학이 많다. 영국 전체 인구 대비 9%인 스코틀랜드가 13%가 넘는 생명과학 전공 인력을 배출할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이 같은 우수한 인력을 양산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스코틀랜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스코틀랜드가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정부는 지식 기반의 클러스터를 육성해 경제를 회생시키고자 각종 산업과 인력을 지원하는 정부 산하기관인 스코틀랜드경제개발공사(SE:Scottish Enterprise)를 설립했고 이후 SE는 산·학·연 협력의 중추 구실을 수행하게 됐다.

 SE는 특히 바이오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대학의 R&D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또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제공하면서 외국의 투자 유치에도 앞장서, 자국 대학과 연구소의 인재와 연구력을 외국 기업에 지원하는 창구 역할도 맡았다.

 이 같은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으로 대학과 기업·연구소 간 긴밀한 협조가 이어지면서 산·학·연 협동 모델이 확고히 자리잡게 됐고 자연스럽게 대학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 오늘날과 같은 전 세계적인 바이오 R&D 벨트가 형성된 것이다.

 이런 산·학·연 체계를 갖춘 클러스터에는 복제양 돌리로 유명한 로슬린연구소를 비롯해 페니실린·인터페론·잔탁 등의 신약을 개발한 연구소가 있고 자기공명장치(MRI), 인공 코(artificial nose), 체내 주입이 가능한 마이크로머신(MEMS)과 같은 나노 전자 기술을 가진 연구소가 있다.

 이들은 대학, 세계적 기업과 연계해 공동 연구와 신약개발의 핵심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 클러스터에 현재 500개 이상의 관련 기업과 조직이 들어와 있어, R&D에 이은 상품화가 원스톱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고용 인력만도 3만명이 넘고, 4년마다 100%씩 성장하는 놀라운 결과로 이어져 오늘날의 스코틀랜드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올해 생명공학 분야에 지난해보다도 18.9%가 많은 총 8011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발표, 황우석 논문 조작 파문 이후 침체됐던 국내 생명공학 분야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의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한 투자보다는 스코틀랜드의 예처럼 산·학·연 협력체계 및 인프라 확충 등 장기적인 시각으로 바이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장헌상 스코틀랜드국제개발청 한국대표 howard.jang@scotent.co.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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