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유통 1번지’ 용산 전자상가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할인점 등 신유통의 위세에 옛 명성이 퇴색하면서 ‘군살빼기’와 ‘성형수술’이 한창이다. 비슷비슷한 제품을 놓고 방만하게 운영되던 매장 수는 최대 60%까지 줄어드는가 하면 컨버전스단말기·로봇 등 첨단 특화 매장이 속속 입주하고 있다. 유명 가전·IT 브랜드의 AS센터가 줄줄이 입주해 첨단기기의 AS메카로도 급부상중이다. 상인들도 온라인 쇼핑몰 운영, B2B판매 등 신 비즈니스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매장 ‘다이어트’ 바람=최근 용산상가의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슬림화’다. 신유통에 소비자들을 빼앗기면서 전자 매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동양 최대 전자복합상가를 표방하며 출범했던 현대아이파크몰(옛 스페이스나인)이다. 아이파크몰은 지난 2004년 오픈 당시 3만3000평에 달하던 전자 매장 규모를 다음달까지 3분의 1수준인 1만1000평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가구·패션 등으로 전환해 백화점으로 재단장한다는 계획이다.
전자랜드 용산점도 마찬가지다. 한때 입주하려는 상인들이 차례를 기다릴 정도였던 이곳에 지난해부터 5% 안팎의 공실률이 발생하자 가전 매장 대신 수입차 매장 등을 유치하는 방안까지 논의될 정도다. 나진·선인 등 전통상가에도 공실률이 5∼10%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매장 수가 줄어들면서 매장 간 과당경쟁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최정용 전자랜드 판촉팀장은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던 매장들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살아남은 매장에는 고객 집객도가 훨씬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쇼케이스·AS메카 변모=매장 수는 줄었지만, 첨단 컨버전스 기기 전문매장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전자랜드 용산점에는 지난해 10여개에 불과하던 내비게이터 전문 매장이 PMP·DMB단말기 등 첨단 휴대가전까지 취급하며 현재 36개까지 늘어났다. 아이파크몰에도 지난해 8개이던 내비게이터·PMP 등 복합 휴대가전 매장이 2배나 증가했다.
김창을 아이파크몰 전략마케팅실장은 “PMP·DMB단말기 등 최신 기기 매장이 급증하면서 오히려 MP3플레이어 매장이 30% 가까이 줄어드는 추세”라며 “첨단 기기 매장이 몰려들면서 이 분야에는 없는 제품이 없을 정도의 쇼케이스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객효과를 위해 특화매장이나 AS센터 유치도 활기를 띠고 있다.
전자랜드 용산점은 지난달 IT부품 할인점을 오픈한 데 이어 로봇 등 특화 매장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올해 하이얼·IBM 등 외국 유명업체의 AS센터를 오픈하는가 하면 LG필립스LCD의 총판인 매직LCD AS센터도 유치해 AS센터를 무려 12개나 유치했다.
아이파크몰에도 홈캐스터·디지털큐브 등 첨단 휴대 가전업체의 AS센터가 속속 들어서 9개의 AS센터가 들어섰다.
이덕훈 용산전자상가조합 이사장은 “용산 상인들은 최근 일반 판매뿐만 아니라 온라인이나 기업 판매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며 “첨단 기기매장과 AS센터가 크게 늘어나는 것을 계기로 재래상가 리모델링, 서비스 수준 향상 등 용산 거듭나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면 전자유통 메카의 옛 명성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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