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T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수출에서도 IT산업은 우리 경제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 IT분야를 포함한 디지털 전자산업의 수출은 2001년 484억달러에서 2003년 705억달러, 2005년은 1023억달러로 매년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전체 수출의 약 36%에 육박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보급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5년도에 주요 IT분야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 비중이 메모리 반도체 37.5%, 디스플레이 38.6%, 휴대전화는 22.1%를 차지할 정도로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IT강국이라 자족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IT분야에서 기술특허 로열티로 지급하는 돈이 여전히 막대하기 때문이다. 2004년도 한해 우리가 외국에 지급한 로열티는 41억4800만달러로 전년보다 28.1% 늘었으며 같은 해에 벌어들인 돈 14억1600만달러에 비해서도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IT분야의 기술특허 로열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내 한 전자회사가 IT제품에 약 15억달러의 특허료를 내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IT업계가 부담하는 기술료를 모두 합치면 그 금액은 더 커질 것이다.
반대로 기술특허를 수출해서 수익을 낸 분야도 IT를 포함한 전기전자 산업이다. 2004년에 로열티로 받은 액수는 전기전자 분야에서 8억4600만달러로 기계분야 1억7900만달러, 생명과학분야 1억4600만달러보다 훨씬 크다.
왜 IT분야의 특허기술 로열티 비중이 높을까. 그 이유로는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IT분야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는 점 외에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IT제품 하나에 다수의 특허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GSM 표준은 단말기 제조에 필요한 특허만 400여건이고 이중 한 건의 특허권이라도 보유한 기업은 노키아와 에릭슨을 포함, 17개 기업이나 된다. 만약 이 기업에 각각 로열티를 낸다면 그 금액은 누적돼 상당히 큰 부담이 될 것이며 특허권이 없는 기업은 시장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다.
IT분야는 네트워크 효과가 있어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기술가치가 높아지며, 표준화 전략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한 방법이다. IT표준으로 성공한 사례로 표준화 기관을 통한 공적표준인 유럽의 GSM 방식과 사실상의 시장표준인 MS의 ‘윈도’를 들 수 있다. IT제품은 표준화를 통해 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엄청난 특허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통상 무형의 특허권에 대해 로열티를 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로열티는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공헌하는 정도에 따라 그 가치가 현격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유사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거래가 있더라도 기업의 영업비밀로 간주해 공개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각자의 처지에 따라 평가한 금액에 큰 차이를 보인다.
정확성은 좀 떨어지지만 라이선스 전문업체가 여러 기술거래 사례를 모아 분석한 자료는 있다. 그 가운데 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분야 로열티가 평균 4.5% 정도다. 우리가 퀄컴에 지급하고 있는 CDMA 특허 로열티가 매출액의 5%대였던 것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세계 3위의 특허출원 강국이다. 미국출원 세계 5위, 국제출원 세계 6위인 점을 감안하면 ‘지식재산 강국’으로서의 토대는 이미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특허의 50%가 넘는 출원이 전기통신분야인 점도 IT강국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진정한 ‘IT 강국’으로서 지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세계시장을 누비는 우리 IT제품에 지식재산권을 접목해야 한다. 또 우리 IT제품을 세계 표준화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특허 로열티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 임주환 ETRI 원장 chyim@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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