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레벨과 차 한잔]고병천 삼성전기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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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자가 ‘제품’을 만들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소비자의 정서를 먼저 읽고 시장에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야 경쟁력 있는 개발자입니다.”

 국내 최대 부품 업체인 삼성전기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고병천 부사장(53)은 디지털 시대에는 개발자의 진화를 강조했다. 과거 개발자의 전형이 남보다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제품으로 만드는 장인의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여기에 시장에서 환영받는 상품을 만드는 감각까지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장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고 부사장은 단언했다.

 사실 고 부사장은 30년 이상을 엔지니어와 개발자로 살아왔다. 75년 서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을 다니다가 88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기계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 등을 두루 거쳤다. 95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도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삼성전기에 올 때까지 한 번도 개발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개발자에 대한 고 부사장의 말은 다른 누구보다 믿음이 간다. 고 부사장은 “연구소와 달리 기업에 온 이후 시장의 중요성을 가슴 깊이 느꼈고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며 개발자가 스스로 변해야 기업이 성장한다고 말했다.

 고 부사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조직을 바꿨다. 생산기술을 근간으로 3대 핵심 기술인 광·소재·무선고주파 부문에 모두 개별 CTO를 세웠다. 마케팅 및 영업을 맡는 사업부와 개발자 사이에 가교 역할을 맡기기 위해서다.

 이러한 CTO의 철학 때문인지 삼성전기는 최근 세계 유수의 부품 업체와 견줘도 손색없는 기술을 속속 내놓았다. 특히 이 제품들은 현재 시장에서 꼭 필요한 부품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카메라모듈을 비롯해 전기특성이 좋으면서도 크기도 최소형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2세대와 3세대 유럽형 이동통신을 모두 지원하는 휴대폰용 무선 모듈 등 굵직한 개발 성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기의 전반적인 흐름은 상승세지만 고 부사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부품 업종의 핵심인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아직 우리나라가 일본에 너무 뒤처져 있기 때문이다.

 고 부사장 스스로도 일본 업체와 비교한 삼성전기의 기술 경쟁력을 85점 이상 주지 않았다. 다만 신뢰성과 저전력, 노이즈 제거와 같은 항목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왔다고 자평했다.

 고 부사장은 국내에 수많은 부품 중소기업에 대해 “아이디어는 자기 생각에 지나지 않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기술이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조언했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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