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실기간 기업 실현 전략

Photo Image

 얼마 전 뉴욕 타임스가 ‘세계에서 무선통신이 가장 발전한 나라인 한국이 공상과학소설(SF)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표현에는 로봇산업과 같은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전체 가구 중 무려 72%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라 생각된다.

 게다가 초고속 무선인터넷 서비스인 와이브로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서비스한다는 발표에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 휴대전화나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또 한 차례 생활 방식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보 유통을 위한 공간적 제약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은 정보 수요를 느낄 때 그 자리에서 즉시 서비스받기를 원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소비자 개인의 정보 유통 속도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는 데 비해 서비스 주체인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정보 유통의 속도는 어떠한가. 자칫하면 기업이 정보 흐름을 방해하는 병목구간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업의 정보 유통이 소비자에게 느리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의 정보 유통은 정보를 주고받는 접점에서만 일어나지만 기업은 정보를 수집·가공·분석하고, 분석 결과에 따른 의사결정과 다시 정보를 유통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프로세스는 기술 발전이나 구성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지연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지연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프로세스 개선이 아닌 구성원·조직체계·프로세스·정보기술이 결합된 총체적인 개선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시간기업(RTE)의 개념은 매우 적절한 경영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가트너 그룹이 RTE 개념을 발표한 후 많은 기업이 경영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RTE를 실현하고자 노력했다. 그 결과 GE나 월마트 등 일부 선도 기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하지만 기업 전반에 꾸준히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베스트 프랙티스로서 벤치마킹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RTE 구현을 위한 체계화된 진단이나 실천방법이 일반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SI 업체나 벤더 회사들은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중심으로 RTE를 소개하고, 기업은 RTE 경영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 RTE를 IT 솔루션으로 받아들이는 등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 접근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RTE는 결코 IT 솔루션이 아닌 경영 전략이다. RTE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서 얘기한 대로 구성원·조직체계·프로세스·정보기술이 결합된 총체적인 개선활동이 필요하다. 또 그 중심에는 정보기술을 통한 획기적인 프로세스 혁신이 있다. RTE는 다음과 같이 추진할 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첫째, 핵심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RTE 모습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재의 RTE 수준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RTE가 지향하는 모습과 현재 모습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를 파악해 향후 핵심적으로 개선하고 관리해야 할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첫 단계에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화된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장·단기 로드맵을 수립하는 작업이다. 이는 RTE가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사적 범위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정임을 뜻한다. 셋째, 로드맵에 따라 RTE 모습을 구현하고 점검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RTE는 패션이 아닌 생존을 위한 경영전략이다. 따라서 RTE를 부분적으로 적용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전사적으로 실현하는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자체적인 RTE 수준진단과 전략수립이 어려운 기업에는 RTE 수준 진단을 통한 구현전략을 수립하는 컨설팅을 권하고 싶다. 조만간 한국이 세계 최초로 RTE를 실현한 나라라는 뉴스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오세현 동부정보기술 상무 겸 CTO/oksh@dongbu.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