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통지도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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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할인점들이 전국적으로 유통망을 확대해 가전제품 매출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사진은 한 할인점의 가전제품 매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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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결혼 10년차인 주부 윤모씨(40).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할인점에 온 길에 드럼세탁기를 한 대 구입했다. 결혼하며 장만한 통돌이 세탁기가 근래 들어 말썽이 잦아 아예 새로 사기로 한 것이다. 세탁기를 사기 위해 따로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저렴하게 산 것 같아 뿌듯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에 따르면 국내 삼성 가전제품 매출의 16%가 신세계이마트·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 할인점에서 나오고 있다. LG전자도 14.5%가 할인점 매출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할인점 비중이 10% 이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변화다.

 ◇할인점은 ‘날고’=최근 할인점들이 유통망 확대에 나서면서 가전제품의 유통 지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가 집계한 유통망별 매출 비중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하던 할인점이 올해 들어서는 꾸준히 늘어 5월 현재 16%로 늘었다. 대신 전자전문점과 대리점, 인터넷·홈쇼핑은 작년보다 1%포인트씩 줄어 각각 16%, 50%, 4%를 차지했다.

 LG전자는 지난해와 유통망별 매출 비중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유독 할인점 매출만 늘었다. 지난해 할인점 비중이 전체의 13.5%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14.5%로 1%포인트 증가했다.

 가전 유통 시장에서 할인점의 입지가 부상하고 있는 것은 할인점 유통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나타난 자연발생적인 단계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전자전문점이 신규 매장 개설보다는 기존 매장 리모델링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할인점은 일주일에 하나씩 신규 점포가 개설될 정도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은 ‘기고’=반면 인터넷쇼핑몰 부진은 가전업체들의 의도적인 비중 축소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때 인터넷쇼핑몰이 가전 유통채널로 영향력을 넓혀가는 듯했으나 최근에는 가격질서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매출원보다는 신제품 홍보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인터넷쇼핑몰에 지급하던 장려금을 없애 사실상 판촉이나 프로모션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을 중단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온라인은 대리점에서 커버했으나 CS경영(고객만족)의 일환으로 삼성 국내영업사업부가 직접 거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이 과정에서 온라인의 역할도 매출 증대보다 게재율이나 판가 준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라지는 유통지도=게다가 가전제품의 특성상 체험해 보고 구입하려는 요구가 높은 것도 가전사들이 인터넷보다는 오프라인에 무게중심을 두는 이유 중 하나다. 인터파크의 한 바이어는 “가전제품은 직접 사용해 보고 구입해야 하는 품목으로 인식이 정립되고 있다”며 “가전사들의 영업정책과 맞물려 인터넷에서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전했다.

 업계는 할인점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그 나름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색하고 있어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가전 유통 개편은 앞으로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자체 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는만큼 이 과정에서 기존 대리점과의 가격정책 및 관계 수립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점은 가격에 소구하는 유통채널”이라며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유연한 대응전략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