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얕볼 수 없는 러시아 IT

 의외였다. 러시아 정보기술(IT) 시장을 둘러본 뒤의 생각이다. 기존의 편견이 작용했거나, 아니면 단편적인 지식조차 모자랐음이 분명하다. 러시아는 개방 이후 앞선 기초과학 노하우를 바탕으로 IT 분야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물론 최근 몇 년간 무섭게 벌어들이고 있는 오일달러가 기반이다.

 이미 유무선 통신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을 따라가고 있고, 융합(컨버전스) 시대에 대비한 준비작업도 궤도에 올랐다. 특히 와이파이(WiFi)는 수준급이다. 공항·관공서·호텔 등의 핫스폿존에서는 무선으로 11Mbps급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고급 휴대폰 보급률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제는 이동하면서 초고속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와이브로까지 도입할 태세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도 예외는 아니다. 모스크바나 상트 페테르부르크 지역의 상황은 적어도 그렇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기회의 땅인가. 우선 휴대폰 부문을 보자. 삼성이 매년 40∼100%의 성장세를 보였다. 노키아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하지만 올해는 12% 내외의 보수적인 성장치를 제시했다. 물론 시장 점유율 30%라는 수치가 갖는 상황을 도외시할 순 없을 것이다. 1위를 향한 노키아의 파상공세도 만만치 않다. 오일달러의 유입으로 인해 삼성의 주종목인 프리미엄급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자동차·가전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위협 요인이 더 많이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게다가 극우 민족주의가 발흥하고 있고, 외국인에 대한 각종 폐쇄적인 정책도 걸림돌이다.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도 부정적인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와이파이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나아가 한 유선통신사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와이브로까지 도입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모 방송사 역시 조만간 지상파DMB를 도입할 예정이다. 다양한 융합서비스 상품도 출시할 태세다. ‘IT코리아’의 지위를 넘보는 수준이다. 무늬만 ‘IT코리아’로 남는 건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우리가 IT낙후국 중 하나쯤으로 치부해온 러시아에서 느끼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당혹감이 몰려온다.

모스크바(러시아)=IT산업부·박승정기자,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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