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상 실적 발표, 이제 강요하지 마세요.’
인텔, 모토로라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기업들이 월가에서 당연시 여겨지던 예상 실적 발표를 중단해 투자자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다고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현지발로 보도했다.
인텔과 모토로라는 올 1월 이후 일부 실적의 예상치 발표를 취소했는데 그 이유로 매년 4분기별 예상 실적과 최종 실적 발표 때마다 주가가 요동치며 오히려 경영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투자자들은 “실적 발표에 앞서 예상치를 밝히는 것은 기업의 의무”라며 “투자자들의 당연한 알권리를 막는 인텔·모토로라가 과연 글로벌 기업이냐”며 흥분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3월 이후 4분기 중간 시점에 발표해 왔던 실적 전망을 전격 중단했다. 폴 오텔리니 CEO는 “장기적인 경영 관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인텔은 매년 8회에 걸친 예상 실적을 발표해 기업설명회(IR)에 가장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해 주당 이익이 2분기 연속 예상치를 밑돌아 주가가 급락하자 올해 들어 슬그머니 예상치 발표를 중단했다.
모토로라도 올 여름부터 분기별 예상 실적 발표를 접기로 했다. 모토로라는 박형 휴대폰의 대히트로 지난 해 10∼12월에만 사상 최고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가격 경쟁 격화로 이익 폭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미리 예상치를 발표해 혹시 최종 실적에 밑돌 경우 실망 매물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자는 계산이다.
전미IR협회가 올 3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장기업 654개 가운데 66%가 실적 예상치를 발표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이는 1년 전 조사 때보다 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또 지난 2001년에 비하면 13포인트나 줄어 들었다.
이에 대해 미증권거래위원회(SEC)는 “애널리스트들이 단순 기업 실적치를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보고 투자자들 역시 단기 투자에 나서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예상 실적 발표는 분명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