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시범사업을 허하라

 정보통신부도 방송위원회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킬러 콘텐츠를 보유한 지상파 방송사들이 2단계 광대역통합망(BcN) 시범사업에 불참한 데 이어 방송위원회의 IPTV 시범사업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BcN 시범사업에 참여한 각 컨소시엄은 2단계에서도 고선명(HD) 방송 콘텐츠를 다각도로 실험하고 수용자의 반응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됐다.

‘방송 콘텐츠는 통신망으로는 절대 제공할 수 없다’며 별도 예산을 확보, 실험해보려던 IPTV 시범사업도 지상파 방송사의 불참으로 무위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방송위의 IPTV 시범사업에는 사업자도 적고 가구 수도 절대로 부족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가 소유한 아파트랜에서 시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차세대 네트워크의 킬러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BcN 시범사업’이나 IPTV의 가능성을 알아본다던 ‘IPTV 시범사업’ 모두 파행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겉으로는 “통신사업자나 방송사가 모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 개방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방송위는 지상파·위성방송에, 정통부는 통신사업자에 각각 상대방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는 후문이다.

정통부나 방송위는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갈등으로 비치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어떤가. 겉으로는 웃으며 악수하고 속으로는 비난하고 헐뜯는 셈이다. 시범사업 파행이 말해준다.

이름이야 어쨌든 차세대 네트워크에 킬러 콘텐츠를 실험하려던 계획은 3년째 공전하고 있다. 2년 전 BcN시범사업에 지상파·위성방송 사업자가 참여하려 했다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갑자기 불참을 선언한 이후 이땅에서 ‘네트워크 실험’은 사라졌다. 정부도, 방송사도, 통신사업자도, 이용자도 실험기회를 잃어버렸다. 정부의 주도권 싸움은 국무회의나 국회에서 하더라도 최소한 사업자에게 실험할 수 있는 기회는 줘야하는 것 아닌가.

정통부는 통신사업자의 IPTV 시범사업 참여를, 방송위는 지상파·위성방송의 BcN 시범사업 참여를 허락하고 독려해야 한다. 차라리 별 차이 없이 예산만 나뉜 두 시범사업을 합치는 것은 어떨까. IT산업부·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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