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넷스케이프에 사용했던 고사 전략을 리얼네트웍스에도 적용하려 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24일(현지시각) 브뤼셀 소재 유럽연합(EU) 제1심재판소(the Court of First Instance)에서 열린 MS에 대한 첫 심리에서 ECIS의 제임스 플린이 13명의 판사에게 제시한 MS 경영진들의 과거 내부 메모에서 밝혀졌다. ECIS는 IBM·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노키아 등 반(反) MS 기업체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제임스 플린 ECIS 관계자가 제출한 이 메모는 MS 경영진인 짐 더킨이 1997년 6월 5일 작성한 것이다. 이 메모에서게이츠 MS 회장은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고사시키는 데 사용된 전략이 스트리밍 미디어 분야의 리더인 리얼네트웍스의 리얼플레이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리얼네트웍스는 리얼플레이어로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에서 최고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MS가 넷스케이프를 고사시키고 자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시장 1위의 웹 브라우저로 만드는 데 사용한 전술은 지난 2001년 미국 항소법원에서 불법 행위로 판결받은 바 있다.
이 메모에는 “빌의 언급은 ‘이것은 전략적인 영역이며 우리는 그것을 이길 필요가 있다’는 것”으로 쓰여져 있다. 여기서 ‘빌’은 빌 게이츠를 말하며, ‘그것’은 스트리밍 미디어 시장을 의미했다.
MS는 당시 이 논의가 이뤄진 몇달 후 윈도 운용체계(OS)에 자사의 스트리밍 미디어인 ‘윈도 미디어 플레이어’를 내장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04년 3월 내린 반독점 명령에서 이것이 경쟁사를 무너뜨리려는 불법적 방법이라며, MS에 4억9700만유로(약 6억13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SW 판매 방식을 바꾸라고 명령했었다.
ECIS측은 장프랑소와 벨리 MS측 변호사가 소비자들이 MS의 개선된 윈도 OS로 이익을 얻었고, 경쟁 미디어 플레이어 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EC의 예상과 달리 스트리밍 SW 산업의 경쟁이 촉진되고 있었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이 메모를 제출했다.
한편 ECIS측은 1999년 1월 3일 작성된 또다른 MS 메모도 판사들에게 제출했다. 이 메모에는 “리얼네트웍스가 여전히 우리를 상당히 앞서고 있으며 점유율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돼 있다. 이 메모에는 MS가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넷스케이프를 이기는 데 사용된 것과 같은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스트리밍 미디어 전쟁을 ‘네트워크 대 리얼’에서 ‘윈도 대 리얼’로 전략을 전환한다”고 돼 있다.
한편 이날 MS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자신들을 상대로 역사적인 반독점 명령을 내림으로써 SW 산업의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은 완전한 오해였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 규제당국자들이 음악·영상 재생 SW인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며 2004년 3월의 판결을 번복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