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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산업은 IT·BT기술, 이를 적용한 컨버전스 기술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원격 진료를 비롯한 많은 의료 분야에서 IT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선진국에서는 나노기술 등 각종 하이테크 기술을 의료 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예를 들어보자. 이들 국가는 지난 80·90년대 주력이었던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될 때 보건의료산업을 육성하고 관련기술 개발, 인재양성에 집중 투자했다. 이 결과 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서비스산업이 급속히 발전했고 바이오벤처·제약사업·의료기기 산업 등의 연관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의료산업이 죽어가는 선진국을 살렸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산업과 함께 컨설팅·법률회사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성장하면서 샌디에이고·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 등 한때 한적했던 지방도시가 ‘하이테크 산업도시’로 재탄생했다.
이러한 의료산업 발전은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인구 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제조업 고용은 줄고 의료산업 영역은 신규 노동력을 꾸준히 흡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에서 보건의료산업은 고부가 가치산업이자 대표적인 고용 창출형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의료산업은 기술·지식 집약 산업인 동시에 대규모 노동인구를 고용하는 효자 업종이다. 아무리 산업이 고도화돼도 의사나 간호사, 또는 관련 전문 인력집단이 하는 일을 자동화나 정보화로 완전히 대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의료산업 중에도 구심점은 ‘의료기관’이다. 의료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병·의원 성장이 필수다. 하지만 국내 실정은 참담하다. 규제와 원가를 무시한 가격 억제정책으로 대형 병원을 제외한 중소 진료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 정보화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료기관이 성장해야 첨단 의료기기나 바이오 제품 구매시장이 커지고 고용성장, 의료 정보화 기업성장의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 국내 성공을 바탕으로 외국에 기술을 수출하는 ‘수출형 산업’으로 성장 도약할 수 있다.
이웃 일본은 일찍부터 의료보건산업이 대표적인 미래형 산업이고 의료기나 치료제 산업은 IT·BT·NT 등 융합기술의 집합체라는 것을 간파했다. 이 때문에 지난 70년대부터 히타치·도시바 등 회사는 첨단의료기를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재정 지원을 해 왔다. 또 이런 일본 내 성장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했던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100년간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국이 독점해온 의료 정보화 시장에서 일본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약산업에서도 기술개발과 정책지원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예가 많이 있다. 제약산업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메이저로 진입하는 데 성공한 회사가 거의 없고 역사가 100년을 넘는 구미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예외는 있었다. 지난 70년대 말 생기기 시작한 ‘바이오 벤처’가 그 주인공이다. 한때 한 평 남짓한 실험실에서 시작한 암젠·제넨텍·바이오젠 등의 업체는 현재 업계 상위에 꼽히는 예외적인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 이는 원천기술 확보와 정부의 관련 세제 지원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바이오 벤처의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산·학·연 협동으로 선진국의 기술적·자본적 진입장벽을 넘을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관련산업 클러스터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있다면 우리도 분명 세계적인 바이오 벤처회사를 가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첨단 의료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중요하다. 전략과 아이디어는 어느 나라나 다를 것이 없지만 차이나는 것은 그 분야 연구원이나 관련 국가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이제호 성균관대 의대 교수/서울삼성병원 분자치료연구센터장, jeholee@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