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방송·통신 융합시대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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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 경영이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우선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다. 두 산업 모두가 강력한 권력기관의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규제를 해서 누가 득을 보는가를 생각해보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것이다.

 유럽의 3세대 통신은 필요 없는 규제를 통해 해당지역 산업이 전혀 발전하지 못하고 결국 소비자가 외국 업체의 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유럽의 3세대 통신기술은 한국 업체에 와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 첨단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와이브로 기술에서 주도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국내 정치 상황으로 통신·방송 융합이 지연돼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한다면 매우 유감스런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로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고도 정부 규제로 인해 융합 상품 개발이 지연되고 있는 반면에 유럽은 시장을 통합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술 투자가 부족해 상업화가 미진한 상태다.

뉴미디어가 기존 산업에 크게 미칠 영향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력해 실시간으로 만들어내는 신상품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관계관리(CRM)가 확대돼 과거 시장에서 시행 오차로 가격과 품질이 결정되던 과정을 벗어나 이제는 가상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이 일어나고 있다. 물리적인 노동이 중요 생산 요소였던 시대가 지나고 주요 부가가치는 CRM이나 공급망관리(SCM) 안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이런 새 기술의 상업적 활용은 시장에서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때 최적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과속 방지를 위해 경찰이 세금으로 속도 측정기를 설치하고, 민간 업체는 속도 측정기가 설치된 위치 정보를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과속은 방지되지 않고 비용만 발생한다. 규제가 시장을 왜곡하는 사례다.

 뉴미디어형 신산업도 출현할 것이다. 정치 산업이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개개인의 의견이 대중 전체에 반영되는 투명한 절차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효과가 있었던 ‘노사모’의 활동은 향후 3년 연속해 치르게 될 선거를 통해 투명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정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우선 정치 자금의 투명한 흐름, 자금 투입의 최적화를 위한 금융뿐만 아니라 유권자 관리·설득·비전 전파 등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신뢰를 복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방송이 아직은 중요한 요소가 되지만 인터넷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도 설득력이 있다. 댓글의 영향 분석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상업적인 기업이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낼 수 있다.

 뉴미디어의 사회사업도 생각할 수 있다. TV에서 벌어지는 일화(逸話) 중심의 불우한 이웃돕기는 우선순위가 임의로 결정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일화를 취합하고 분석해 우선 순위를 결정하고 전체적인 최적 후원 규모를 결정하는 가상공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금과 기부활동은 실 공간에서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설득력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드라마는 방송이지만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일은 정보통신이다. 따뜻한 이웃돕기가 정보통신을 통해 실현될 때 진정한 복지 사회를 구현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기술을 상업화함으로써 인류 발전에 기여해야 우리도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류’가 한국을 넘어서 세계 문화가 되고 그 콘텐츠가 전달될 정보통신망은 세계로 연결돼 있다. 단지 정부 규제로 인해 융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매우 유감이다. 이것이 그 분야 기득권자들의 횡포 때문이 아니라면 이제는 정부 조직에서부터 융합할 필요가 있다. 아니면 정부 규제를 아예 철폐하고 시장에 맡긴다면 IT강국의 한류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국민 모두가 통신·방송 융합 공간에서 정부 개혁에 참여할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의 민주주의다.

◆배순훈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soonhoonbae@kgsm.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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