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정상을 노리는 두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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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친구처럼 오래 가는 것은 없다고 했다. 김병기 사장과 엄홍길씨가 도봉산을 오르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서로의 성공을 기원했다.

잔설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산길을 오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즈음, 걸음을 멈추고 앞 길을 보니 두 사람이 다정히 산을 오르고 있다. 없던 힘도 다시 생기고 산행은 이내 즐거움이 된다.

 한 사람은 김병기 지오인터랙티브 사장(43)이고 또 다른 사람은 산악인이자 탐험가인 엄홍길씨(45). 언뜻 서로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이들은 산 친구이자 서로의 길을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오랜 벗이다.

 지난 5일 일요일 아침. 원도봉산 입구 ‘엄홍길 기념관’에서 출발해 회룡사를 비껴보며 오르는 코스는 봄기운이 완연했다. 응달진 곳에만 눈이 있어 계절의 끝자락이란 것을 느낄 뿐 바람과 나무 향기, 흙 냄새엔 봄이 벌써 가득했다.

 이날 산행은 지난해 히말라야, 킬리만자로 등 두차례나 엄홍길씨가 이끄는 희망원정대의 일원으로 참가했던 김병기 사장이 엄홍길 대장의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6좌 도전의 성공을 비는 뜻에서 마련한 환송의 이벤트였다. 산행에는 연락이 닿은 희망원정대원들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은 ‘꿈꿔 오던 것에 대한 도전’이란 공통점으로 맞닿아 있다. IT사업과 산 길이라는 무대만 달랐을 뿐 끊임없이 도전하고, 뭔가를 이뤄내야하는 목표는 꼭 닮아 있다.

 김병기 사장은 모바일게임을 주력사업으로 회사를 설립한 지 올해 10년을 맞는다. 그동안 IMF 한파와 업체 난립, 왜곡된 시장구조 등 숱한 고난을 견뎌내면서 버텼다.

 엄홍길씨는 더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사지(死地)만을 골라 다녔다. 죽을 고비를 수백번은 족히 넘기며 지난 2000년 K2봉(해발 8611m) 등정에 성공하면서,아시아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를 모두 자신의 발아래 뒀다.

 10년 사업, 14좌 등정의 꿈을 이룬 이들이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김병기 사장은 좁고, 허약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뜻 맞는 2∼3개 업체와 합작해 통합 지주회사를 만들고, 그 지주회사를 올해 안에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킬 계획이다. 다음달 나스닥 실사단이 방한하면 추진 계획과 일정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급성장하고 있는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과 발전 가능성에 걸맞는 기업 평가를 받기 위해선 나스닥밖에 없다는 판단이 그의 등을 떠밀고 있다.

 지나온 10년이 국내 기업으로서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10년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 뛸 시간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김 사장은 요즘 10년전 잘나가던 대기업을 뛰쳐나와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설렌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나스닥 상장을 통해 회사의 가능성 뿐 산업의 가능성까지 입증해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엄홍길씨도 자신의 도전 기록에 마지막 한 페이지를 써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의 히말라야 8000m 이상급 고봉 16좌를 완등하는 목표다. 그는 오는 16일 운명처럼 딱 맞아떨어진 그날, 히말라야 16좌의 마지막 목표점인 로체샬(해발 8400m, 세계 7위 고봉)을 향해 출국한다.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한 도전이다. 로체샬은 지난 95년 등정에 성공한 14좌중 하나인 로체봉의 위성 봉이다.

 이렇게 큰 도전을 앞두고 있는 엄홍길씨가 도봉산 산행이 양에나 찰까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사력을 다 한다고 했던가. 그를 낳고 기르고, 산악인으로 커나갈 수 있게 했던 그 도봉산에서 그는 최선을 다해 등정했다. 의미가 서린 바위나, 절, 나무 등에 이를 때마다 그는 특유의 동작으로 16좌 성공을 빌었다.

 엄홍길씨는 “늘 도전하는 길 위에 있었고, 그 길에서 많은 사람을 잃었지만 결국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이번 16좌 도전도 ‘그만 할까’하고 생각할 수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꾸짖음의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선 두 사람의 자신감 넘치는 눈빛, 그것은 3월 봄햇살만큼이나 따뜻하고 밝았다.

도봉산=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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