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IT나 과기 분야는 획기적인 조치가 많았다.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과 청와대 과학기술정보 보좌관 신설 등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부총리제는 세계에서 우리가 유일하다고 한다. 과기부총리의 권한은 막강하다. 과학기술분야 정책은 말할 것도 없고 미시경제를 총괄하고 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조정할 과학기술혁신본부도 부총리 산하다. 당연히 국가 R&D사업에 관한 조정배분권도 부총리가 행사할 수 있다. 경제부총리 못지 않다.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사항이었던 IT수석 대신 신설한 것이다. 초대 보좌관은 김태유 서울대 공대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과 교류가 없었다고 한다. 참여정부가 인터넷 공모 등을 통해 추천받은 인물 중에서 김 교수가 적임자여서 발탁됐다는 것이다. 요즘 회자되는 코드인사와는 무관한 인물 중심의 선발이었다. 그는 과기 보좌관으로 1년 동안 일하면서 과학기술 혁신을 위해 과학기술부총리제 도입과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 차세대 성장동력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물론 노 대통령의 혁신의지가 강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가 보좌관에서 물러나 서울대로 돌아간 후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그 직을 이어 받았다. 박 보좌관은 여성 최초의 대통령 보좌관답게 특유의 섬세함과 부지런함, 성실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과 이공계 살리기 등에 기여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IT산업은 유가 및 국제 원부자재가 상승, 원화 급등에 따른 환차손 등에도 불구하고 노 정부 들어 경제성장의 주역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가장 자랑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한국의 IT기술 등이라고 한다. 노 정부가 내세울 것 중 하나가 IT산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에 더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IT비중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 보좌기능만 하는 과기 보좌관을 부처 간 정책조율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IT수석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보좌관은 대통령의 자문역에 머물거나 영역이 모호해 부처 장악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 수석이 경제부총리와 호흡을 맞춰 거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처럼 IT나 과학기술 분야의 정책에 관해 대통령의 뜻을 받아 과기 부총리를 도와 미시경제를 총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대통령의 IT철학과 과학기술 비전을 각 부처에 전파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 보좌관은 주 1회 대통령이 참석하는 수석보좌관 회의와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어젠다를 논의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 보좌관이 서울대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월 23일 제출한 사표가 수리된 이후 한 달 반이 넘도록 아직 후임자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후임 보좌관 인선을 위해 교수·관계인사 등 다수를 추천받아 검토했고 나중에 3명으로 압축했다는 설이 나돌았지만 지금은 검증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해) 현안도 없고 해서 당분간 과기 보좌관이 없는 상태로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그렇다고 보좌관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기 보좌관의 공백이 길면 참여정부의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이나 신성장 동력 육성 등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 나아가 과기 보좌관이 있으나마나 한 자리로 인식될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적임자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IT나 과기 분야는 5년 또는 10년 후 먹고 살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과 통합융합에 따른 조직개편, 신규 서비스 등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일도 있다. 대통령을 보좌할 과기 보좌관이 공석이라면 그 업무도 공백일 수밖에 없다. 미루는 게 해법이 아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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