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특허전선 이상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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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라크 전쟁에 소요되는 총비용이 최고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 규모가 140조원임을 감안하면 이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국가 간 전쟁 못지않게 특허전쟁에서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44억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흑자를 냈지만 243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술격차와 특허료가 핵심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휴대폰 산업은 세계 시장의 26%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지난 10여년 동안 미국 퀄컴사에만 3조원이 넘는 돈을 지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웹 검색업체인 구글은 야후와의 특허소송을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무려 3억3000만달러를 특허권자인 야후에 지급했다고 한다.

 과거의 전쟁이 영토확장에 주력했다면 현대 기술 선진국의 기업들은 특허권을 통한 해외시장 개척과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특허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허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전진기지에서 특허권을 따내고 경쟁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한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미국은 이미 1만6000건, 일본은 3만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장차 특허전쟁에 대비한 용병을 중국에 주둔시켜 놓은 셈이다.

 특허전쟁에서 주도권 확보를 위해 다양한 전략이 동원된다. 선제공격 전략이 이용되는가 하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화해전략도 구사된다.

 지난 2004년 일본의 후지쯔와 마쓰시타가 삼성SDI와 LG전자를 특허침해로 제소했다. 이에 질세라 2005년 말 삼성SDI가 마쓰시타와 파나소닉을 상대로 먼저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는 2004년 말 일본 소니와 특허 1만여건을 공유키로 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하는 등 화해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특허전쟁에서는 정보전 또한 치열하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발표에 따르면 첨단 기술유출사범 규모는 2002년 5건에 예상 피해액 1980억원이었던 것이 지난해 29건에 35조원대로 급증했다. 간첩 잡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산업스파이 색출을 위해 전문 수사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나설 정도니 그야말로 기술전쟁, 특허전쟁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국가 간 전쟁과 특허전쟁에서 전사는 과연 누구인가. 사활을 건 전쟁의 백병전에서 장병들이 총검을 서로 목에 겨누며 한치의 양보 없이 영토를 지키듯 보이지 않는 총검으로 특허권리의 경계선을 지키는 특허전선의 전사는 특허청 심사관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의 각별한 배려로 많은 이공계 박사 등 우수인력이 심사관으로 충원돼왔다.

 이에 힘입어 특허청은 올해 말까지 심사대기 기간을 세계 최고 수준인 10개월로 단축할 계획이다. 심사를 기다리는 많은 출원인의 소망이 이루어질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아직도 심사량으로 볼 때 미국 등 선진국보다 2배 이상을 처리해야 한다. 심사관 이름 석 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심사품질도 지켜야 한다. 그야말로 심사관은 병이 나서도 안 되고 병이 날 틈도 없다. 올 5월이면 특허청이 중앙부서로는 최초로 책임운영기관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시점에 특허청의 수입 범위에서 심사관이 일한 만큼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가 인정돼야 할 것이다.

 또 한 방에 30여명의 심사관이 배치된 현재의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있는만큼 나머지 공간을 활용해 심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독립적이고 적절한 근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군인의 사기가 충천할 때 국방전선에 이상이 없듯 특허전선의 최후 첨병이 힘을 내 ‘특허전선 이상무’를 외칠 때 우리 산업은 더욱 굳건해질 것이다.

◆이범호 특허청 전기전자심사본부장 bumhl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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