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연합(EU)는 전기전자제품 유해물질사용제한(RoHS)을 올 7월 1일부터 발효한다는 데 확고한 입장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이외에 시험 표준물질이나 분석 방법 등은 아직까지 명확히 정립하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RoHS관련 시험분석 방법과 표준물질을 선점해 주도권을 잡고 주요 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독일 정부산하 기술과학연구소인 BAM의 로날드 베커 본부장은 “RoHS 시험방법과 표준물질이 완성돼 역내에 반입되는 전기전자 제품의 유해물질 시험이 본격화되기까지는 1년정도 준비기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며 “시험·분석 방법을 명확히 알고 EU내 주요 분석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것은 환경규제에 대비하는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표준원은 EU의 조인트리서치센터인 IRMM(벨기에 소재)이 RoHS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분석기관으로 보고 있다. EU가 공동 설립한 IRMM은 RoHS 시험을 위한 6대 물질의 인증표준물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으며 다양한 환경규제 물질에 대해 독일의 BAM 등과 다양한 공동 연구를 진행중이다. IRMM은 유럽 광우병 파동시에도 관련 분석 표준물질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독일의 BAM은 시험분석 방법에 대해 전문지식을 확보한 기관으로 꼽히고 있다. BAM은 우리나라 삼성과 일부 유해물질 분석방법에 대한 공동 작업을 진행한 경험도 있다. 프랑스 표준협회인 AFNOR는 관련 시료 채취에서 강점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역내 주요 분석기관과의 교류 확대가 향후 RoHS에 대응할 수 있는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도 환경규제에 대비하기 위한 분석방법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국립표준원(NIST)에서 IEC 워킹그룹, 니톤사 등과 공동으로 표준물질을 연구중이다. 일본은 일본분석학회 주관으로 스미토모화학·시마즈 등이 RoHS 대상 6대 물질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기표원은 RoHS에 대비한 시험방법 8개를 이미 KS로 제정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LCD제품에 대한 시험방법 등 2종을 국제규격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EU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분석방법 선점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기술표준원 이석우 연구관은 “현재 삼성전자·삼성SDI·기표원 등이 관련 국제표준회의 워킹그룹에 참가해 우리 의견을 개진하고 다른나라 전자업체들의 대응 동향도 듣고 있다”며 “RoHS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청정생산 체제를 갖추는 것과 함께 국제표준화기구 활동 등을 통해 우리 의견을 피력하고 시험방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