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명의 도용 사태의 해법

 온라인 게임의 명의 도용 사태가 불거진 지 오늘로 꼭 보름이 지났다. 처음엔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사태가 촉발됐다. 시일이 지나면서 리니지의 명의 도용 숫자는 눈덩이처럼 부풀려졌다. 신고 건수만 10만명을 넘어 20만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첫주를 지나면서 명의 도용 문제는 온라인 게임 사용자를 넘어 네티즌 전체로 확대됐다. 인터넷에 한 번이라도 접속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주민등록번호가 온라인 게임에서 도용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쯤 되자 정부가 나섰다. 게임의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를 비롯해 정보통신부와 행정자치부, 사법 당국 등이 부랴부랴 종합 대책을 내놨다. 지난 주말의 일이다. 문화·정통·행자 등 행정부의 유관 부처가 총동원되고 경찰청이 나섰으니 이제는 뭔가 해결될 것 같은 분위기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

 이번 대책 발표로 명의 도용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온라인 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재미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격으로 사태가 확대되면서 온라인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명의 도용에 따른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업계는 아프다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중견 온라인 게임 업체의 기획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게임은 회원 수와 고객 DB가 돈줄이다. 이를 제3자나 경쟁업체에 유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터넷에서 일반화된 ‘DB 장사’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고 항변했다.

 억울한 것이야 참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에 대한 ‘혐오감’이 커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히 올 봄이 대부분의 온라인 업체가 차기작을 론칭하는 시점이고 보면 명의 도용이 신규 게임의 가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가히 메가톤급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차기작의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업체의 마케팅 담당자는 “온라인 게임 업계가 국민의 주민등록번호나 훔쳐 쓰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게임업체가 무단으로 계정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부풀려지면서 게임을 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신작에 대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국민적 반감 앞에 일순간 잿더미로 변하는 것 같은 허망함을 느낀다”고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게임 명의 도용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온라인 게임 업계를 ‘공공의 적’으로 매도하는 여론의 목소리는 점차 잦아들 것 같다. 명의 도용의 원인이 온라인 게임 업계를 넘어서 인터넷 업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주말 정부가 내놓은 종합 대책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동안 대립각을 세웠던 문화부와 정통부가 대책을 공동 논의했고 경찰청까지 나선 데 대해 박수를 보낸다.

 다만 대책 내용을 살펴보면 명의 도용의 진원지인 중국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및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과 가이드라인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 업계도 자성과 함께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종합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등과 공동으로 구축하기로 한 ‘게임종합민원상담시스템’에 전 업계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번에도 온라인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개인 플레이’를 하는 업체가 있다면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혀도 더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창희·디지털문화부 부장 changh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