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음원 무단공유를 놓고 치열한 법정다툼을 벌여온 한국음원제작자협회(회장 서희덕)와 소리바다(대표 양정환)가 85억원에 이르는 보상금 지급과 4월 1일 전면 유료화를 조건으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음제협에 의해 P2P 서비스를 중단당했던 소리바다는 재가동하게 됐지만 여타 음악계와 협상이 남아있어 완벽한 정상화의 길은 멀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본지 1월 26일자 13면 참조.
한국음원제작자협회는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소리바다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리바다를 상대로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며 협회 관리 음원의 사용을 허락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양측은 ‘뉴 패러다임을 통한 우리 음악 세계화 협력 조인식’이라는 제목 하에 긴밀한 협력을 다짐했다. 서비스 가처분과 주식 가압류 등 17건에 이르는 법적 소송을 종결하고 P2P의 순기능적 역할을 통해 음악 산업이 발전하도록 상호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골자다.
관건은 합의서대로 ‘저작권법 등 제반법규를 준수하는 P2P 유료화’가 가능할지 여부. 서희덕 회장은 “아직 명확한 서비스 형태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기존 음악서비스보다 유리한 조건의 서비스를 진행하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곡당 과금하는 종량제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소리바다가 줄곧 주장해온 월정액 서비스와 배치된다.
이에 대해 양정환 소리바다 사장은 “일단 음제협 음원에 대해서는 종량제로 합의했지만 여타 음악 권리자와는 정액제를 고려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타 권리자들이 수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는 종량제를 포기하고 정액제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또 종량제 방식의 정산을 위해 소비자들에게도 종량제 가격 정책을 가져가면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진다. 반면 소비자들에게는 정액제를 제공하고 권리자에게만 종량제로 정산을 해 줄 경우 소리바다의 부담이 커지는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완벽한 필터링이 불가능한 P2P의 특성은 더 큰 문제다. 지난해 소리바다 서비스 중단 판결에서 법원이 들고나온 논리는 ‘음제협의 음원이 공유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P2P에서 이를 걸러내기 힘드니 서비스 자체를 중단하라”는 것. 때문에 음제협과의 합의로 소리바다 P2P가 정상화하더라도 또 다른 음반사가 음제협처럼 ‘우리 음원이 공유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으로 법적 대응을 한다면 지난해와 같이 ‘전체 서비스 중단’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한편, 서희덕 회장은 ‘소리바다와 협상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보도자료를 낸 지 한 달 만에 전격 합의가 이루어진 배경에 대해 “20여개 P2P 업체와 두 달 전부터 지속적인 유료화 협상을 진행했지만 소리바다와는 불과 열흘 전부터 협상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