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다보스에서 본 컨버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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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말에 열린 다보스 포럼의 핵심 이슈는 에너지 문제와 친디아(중국·인도)의 부상이었다. 현재의 국제 정세는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유럽이 친디아와 협력하는 형세로 요약된다. 각국은 WTO 협약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FTA로 인한 새로운 무역장벽 형성을 우려하고 있다. EU 국가들은 위기의식 속에서 경제 및 노동복지 정책을 포함한 대대적인 혁신과 역내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시아 국가 간 협력의 틀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며, 우리나라는 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갖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포럼 후반에 나는 IT 분야의 리더들만 참석하는 거버너스 미팅에 참여했다. MS의 빌 게이츠, 구글의 에릭 슈미트를 비롯해 시스코·모토로라·인텔·보다폰·BT 등 60여명의 CEO와 함께 정보통신산업의 미래와 핵심 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토론의 핵심주제는 브로드밴드가 확산되고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연관산업의 가치사슬과 경쟁 양상은 물론이고 소비자 행태까지 격변하고 있는 시대에 기업의 생존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모자이크(Mosaic)가 출현한 지 12년 만에 인터넷 인구가 10억을 넘어섰고 이동통신 사용자는 20억을 헤아리며 디지털 기기는 DVR· MP3P·PMP를 넘어 디지털 홈으로 진전하고 있다. 음악·게임·비디오 산업의 구조가 변하고 있으며 오픈 소프트웨어가 MS의 아성을 위협하고 구글 돌풍은 주변 모든 업체를 격변의 회오리 속에 몰아넣고 있다.

 한편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IT의 오프쇼어(offshore)기지’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컴퓨팅과 개발환경이 변하고, 여러 산업의 고용 및 경쟁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는 점도 주목의 대상이었다. 격변하는 IT 환경으로 인해 전세계 모든 기업이 지역을 초월하고 기존 산업의 틀을 넘어서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미증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임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 FCC 위원장인 케빈 마틴과 함께 특별 게스트로 초청됐다. 세계가 우리의 IT 수준을 얼마나 높이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틴 위원장에게는 세계 GDP의 4분의 1을 점하는 초강대국의 규제정책을 듣고 싶었을 테고, 우리 장관에게는 IT 선진국의 경험과 미래 비전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이 자리에서 진 장관은 HSDPA와 와이브로, DMB, IPTV 등 통신·방송 융합과 컨버전스 관련 산업 육성정책 그리고 추진과정의 애로점에 관해 상세히 설명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회의에 참여한 나도 자부심과 더불어 소회가 남달랐다.

 지난 2005년은 통신과 방송의 컨버전스 서비스인 위성DMB, 유무선 통합 서비스의 활성화로 소비자가 직접 디지털 컨버전스를 체험한 뜻깊은 한 해였다. 올해도 HSDPA, 와이브로, 디지털 홈 사업들이 상용화되는 등 컨버전스는 한층 발전된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포럼에 참가하는 동안 우리 정보통신업계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국내 컨버전스 기반 위에서 세계로 나아가야 함을 새삼 확인했다. 격변하는 국제 정세의 큰 흐름을 간파하면서 ‘글로벌 선도 사업자(World leader)’로 도약해 세계시장을 이끌어갈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사업자 간에 서로 창조적으로 협력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력이 요청되는 지금이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 kimsb@sktelec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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