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디지털미디어산업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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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컨버전스는 ‘한 점으로 모이는 융·복합’의 의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여러 곳으로 갈라진다’는 디버전스의 상대적 개념으로 볼 수가 있다.

 디지털화로 콘텐츠에 솔루션이 결합되고 이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돼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디지털 케이블TV와 위성방송·DMB·IPTV·TV포털 등과 같이 크고 작은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관련시장의 분화 즉, 디버전스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융·복합 현상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몇 가지 의미 있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유념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통적으로 대형 미디어그룹(Media Conglomerate)이 독점 또는 대규모 사업화로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제 디지털 보급이 촉진되면서 그간 보유했던 강점이 이탈되는 탈 중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해는 DMB에 이어 와이브로와 IPTV 등 새 플랫폼 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관련 기업이 게임·e러닝·음악·영화 등 콘텐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존 시장을 주도하던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KT는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이로 전달되는 콘텐츠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콘텐츠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또한 기존의 음악사업자를 제치고 디지털 음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멜론’으로 콘텐츠 시장 가능성을 파악한 이후 올해에도 SK C&C·SK커뮤니케이션즈 등 계열사에서 콘텐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존 콘텐츠 시장 구조도 점차 바뀌어가고 있다. 음악산업은 지난 2004년 국내 시장규모가 약 3352억원이었는데 이 가운데 음반시장 규모는 1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나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시기 디지털 음원시장은 2014억원으로 전년대비 9%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비디오 시장 역시 유사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비디오 임대시장은 지난 10년간 무려 25%로 축소되었고 소매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를 보이지 않아 음악시장과 같이 시장 자체가 점차 사라지거나 급격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 발전하는 멀티룸 오디오·비디오(MRAV) 시장의 성장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집안 여러 방에서 오디오나 비디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기술, 즉 MRAV의 수요가 늘고 있어 미디어 소비 트렌드를 바꾸어놓고 있다.

 바로 이 시장에 PC업체가 침투하고 있어 기존 미디어 사업자의 잠재 경쟁자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텔은 디지털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술인 ‘바이브’를 선보이면서 소비자의 컴퓨터 사용 환경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바꿔놓겠다고 야심찬 선언을 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TV를 ‘머리를 식히기 위한(turn brain off) 미디어’로, PC는 ‘머리를 사용하기 위한(turn brain on) 미디어’로 그 속성을 파악했다. 그러므로 TV 미디어에 너무 머리를 쓰게 만드는 기능을 집어넣는다면 시장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암시를 던졌다. 하지만 이제 PC 주변기기 업체까지도 ‘TV와 통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디지털 매체 증가에 따른 주문형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편화, 저장형 PVR에 의한 시청시간 이동, PMP나 DMB·와이브로 등 시청 장소의 공간적 제약을 타파하고 있는 개인 이동형 매체 보급 등이 미디어의 소비패턴을 서서히 바꾸어놓을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사업자는 불가피하게 유비쿼터스 멀티미디어 기반으로 사업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승자와 패자 그리고 중간영역의 시장이 공존해 2등, 3등도 사이좋게 생존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디지털 경쟁 환경에서는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하여 승자 독식의 형태가 일반화되고 있다. 중간에 위치한 사업자의 지위는 점차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 기업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성열홍 CJ시스템즈 SI사업본부장 sung19@cj.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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